'영화진흥정책'에 해당되는 글 11건

  1. 2011/12/15 한미FTA가 한국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지 않은가?
  2. 2011/11/25 영화시장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제언
  3. 2011/11/25 영화진흥정책이 (독과점적) 대기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메모
  4. 2011/07/19 '스크린 독과점 규제 법' 만들어져야 합니다.
  5. 2008/07/16 4기 영화진흥위원회 진흥정책에 대한 제언 (1)
  6. 2007/08/29 독립영화 배급에 대한 개인적인 긴 메모
  7. 2007/08/28 한국 영화 상영 시장의 ‘문화 다양성’ 확보를 위한 제언
  8. 2007/02/14 1999~2006 영화문화다양성정책에 대한 평가: 정책과 제작을 중심으로
  9. 2007/02/01 영화의 문화 다양성 확대를 위해 필요한 것은...
  10. 2007/02/01 독립영화전용관, 독립영화의 안정적 상영/배급을 위한 전제 조건
  11. 2007/02/01 영화진흥정책의 새로운 방향성

한미FTA가 한국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지 않은가?

TRACE 2011/12/15 10:36
지난 주말 심심해서 한미FTA 협정문 공부를 했다. 한미FTA와 영화산업/독립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공부한 결과 한미FTA와 영화정책과 관련해서 주목해야할 부분은 일단 세군데. 첫째 이미 축소되고 더이상 늘어날 수 없게 되어버린 스크린쿼터가 규정된 투자/서비스 분야 현재유보 부문, 둘째 보조금 부분,  셋째 영화가 포함된 투자/서비스분야 미래유보 부분. 이 삼각지를 놓고 어떻게 해석할지를 고민하고,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여기에 더하자면 전자상거래와 저작권 부문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고, 포괄적으로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보상 문제나,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 제도나, 비위반 제소 등이 미칠 영향에 대한 검토가 추가될 수 있겠다.

(한미FTA가 한국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별도로 정리해야하는데 아직 스스로도 다 정리되진 않았다. 내가 경제학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독학으로도 모든 걸 깨우칠 정도로 똑똑하지도 못해 정리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 일단 이 글에서는 이정도로 내 접근의 방식 정도만 공개할 수밖에 없겠다.)

솔직히 협정문 찾아서 읽기 싫어서(잘 이해 못할 것이 뻔해서) 누가 "한미FTA와 영화"라는 주제의 글을 쓴 적이 없는지 찾아봤다. 2006~7년 협정을 위한 협상을 하겠다고 한 당시 스크린쿼터를 선결조건으로 내줄 때에 나온 글은 많았지만, 협상이 종료되고 발효를 앞둔 지금 한미FTA가 한국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텍스트는 없었다.

심지어 영화진흥위원회 조차 한미FTA 발효가 한국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아주 간단한 리포트도 제출하지 않았다. 매우 유감스럽다. 영화진흥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기관이 이렇게 논쟁이 되고 있는 한미FTA에 대해 어떤 리포트도 제출하지 않을 수 있나? 이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말로만 '한미FTA, 한미FTA' 할 게 아니라, 실제로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검토해보고 대비해야 마땅한 게 아닐까? 스크린쿼터가 축소되었다고 한미FTA와 영화 문제가 다 종료된 것은 아니다. 발효가 된다면, 무효화 투쟁과는 다른 측면에서 한미FTA에 대한 영화계의 대응이 필요하다. 스크린쿼터가 아닌 다른 문제도 분명 존재할텐데, 이걸 드러내면서 무효화 투쟁으로 갈 필요도 있지 않을까. 독립영화도 마찬가지. 민중의 삶도 중요하지만, 영화 정책도 중요하다.

정말 한미FTA가 한국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은 걸까? 그래서 이토록 조용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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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시장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제언

TRACE 2011/11/25 15:13
(딴 걸 좀 해야하는데 또 메모질이다. 일단 막 던져보자.)
 
오늘 [사물의 비밀]의 감독이자 제작자인 이영미 감독과 [량강도 아이들]의 제작사 김동현 대표가 함께 기자회견을 했단다. 

기자회견 제목은 "벼랑 끝에 선 독립자본 영화제작자들".

기자화견에서 나왔을 듯한 이야기가 솔직히 새삼스럽지는 않다. 올해만 해도 여름 개봉작 [소중한 날의 꿈]이 이와 유사한 일을 당했고, 2009년엔 [집행자]와 [하늘과 바다]의 제작사와 출연진이 유사한 문제를 제기했다. 저예산영화, 독립영화 등이 시장 지배적 멀티플렉스 사업자들로 부터 외면 받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알고 보면 이런 일은 1년 내내 벌어진다. 개봉하는 독립영화/저예산영화는 모두 이런 일을 당한다. 정상적으로 볼 수 없는 일들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양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주 가끔 독립영화 보다 더 많은 제작비와 홍보비를 들였으나 역시나 같은 불이익을 당한 영화의 제작자들이 문제를 제기할 뿐, 너무나 당연한 듯 독립영화는 스크린을 공유한다. (절대로 아름다운 공유 정신의 실천은 아닐텐데도 말이다.)

그런데도, 영화진흥을 책임져야할 영화진흥위원회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 심하게 말하면 도대체 뭘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고민을 하실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2001년 이른바 '와라나고' 사태 이후 제도화된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 독립영화전용관 지원 사업 말고는 뚜렷한 상영 시장 공정 경쟁을 위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해는 한다. 강제적인 규제 조항(법)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영진위가 시장을 제어할 어떤 권력이 있는 것도 아닐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그냥 놓고 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뭐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먼저,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활동은 아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재 한국영화 시장을 제대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영화 시장은 "(독)과점 질서가 안착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독)과점 질서가 안착화 되면 질서 내의 플레이어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영위할 자리가 허락되지만, 질서 밖의 플레이어들에게는 넘기힘든 장벽이 생겨버린다. 너무나도 가혹한 장벽 말이다. [사물의 비밀] 등이 겪은 문제는 이 영화의 제작/배급사가 안착된 (독)과점 질서 밖에 있는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인 셈이다.

영진위는 "공정경쟁환경조성특별위원회"를 꾸렸다면, 영화인들이 불공정 행위를 신고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불이익을 받을 게 뻔한데 누가 알아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나? 특위를 꾸렸다면 현재 시장이 어떤지, 공정경쟁 환경이 갖춰져 있는지 조사부터 해야한다. 시장의 경쟁 환경이 어떠한가를 명확하게 규정한다면, 그 때 그 판단에 따라 필요한 정책들을 생산하고 집행하면 된다.

정말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공정경쟁환경조성특별위원회에서 '영화시장 공정지수'를 개발하든지, 영화문화다양성을위한 소위원회에서 '상영시장 다양성 지표'를 개발하든지 해서 매시기 '영화 시장이 공정한가 아니한가' 혹은 '다양성이 보장되는가 아니한가'를 공개하여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역할이라도 해야할 것이다. 이것도 엄연한 일이다. (생각해보면 매우 기초적이고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오늘 기자회견에서 정확하게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 수는 없지만, 기사를 통해 보면 영화 개봉 하루 전에야 계약서가 오가고, 그 전에는 정확한 개봉 스크린 수와 개봉 일수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오늘 기자회견을 한 사람들이 영진위 해당 특위에 신고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이번 사안에 대해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조사를 해서 결과를 발표해야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하다못해 계약서를 사전에 작성하지 않는 것은 누구를 위한 관행인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대안을 못만들어도 좋으니 현실을 제대로 조사라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판단부터 먼저 하자. 말로만 떠는 것보다는 생각보다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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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정책이 (독과점적) 대기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메모

TRACE 2011/11/25 11:07
영진위에 CJ 등 대기업 독과점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주장이 많은데, 영진위가 그럴 힘이 있는지는 둘째치고 그럴 의지가 있는지 솔직히 의문이다. 

영진위와 CJ의 관계는 영화아카데미 장편영화를 어떻게 배급하는가와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에서 무비꼴라쥬를 어떻게 대우하는가를 보면 답이 절반은 나온다. 산업 분야야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쳐도, 영화 문화 다양성 분야는 정책적 접근이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영진위는 이 부분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 이것만 봐도 절대 영진위는 독과점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지 않을 것 같다. 


영진위가 (독)과점적 대기업을 어떻게 대하는가와는 다른 문제지만, CJ와 영진위 영화 아카데미의 문제는 시간이 되면 조금 더 긴 메모로 정리해보고 싶다.

내 접근의 고리를 조금만 공개하면 "영진위/영화아카데미 - CJ/필라멘트/무비꼴라쥬 -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CJ문화재단"로 이어이는 삼각형 안에 단초가 있다고 본다. 독립영화의 입장에서 대기업을 봐서는 답이 잘 안나오지만, 대기업의 입장에서 인디펜던트를 어떻게 사고하는 것이 유리한가를 생각해보면, 조금씩 답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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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독과점 규제 법' 만들어져야 합니다.

TRACE 2011/07/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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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반복되고 더욱 심해지는 '스크린 독과점 규제 법' 만들어져야 합니다!


지난 7월 첫째 주, 전국 영화관 스크린 2,229개 중 1,443개에서 <트랜스포머 3>가 상영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전체 영화 스크린의 65%를 <트랜스포머 3>가 차지한 것입니다. 



<트랜스포머 3>만 보고 싶었던 관객에게는 좋은 일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영화를 보고 싶었던 관객들에게는 영화 관람의 기회를 제한당하는 황당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트랜스포머 3> 외의 영화를 제작/배급한 영화사에게는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불공정 거래행위로 받아들여졌겠지요. <트랜스포머 3>가 스크린을 대거 점유하면서 시장의 질서가 교란되자 기존에 상영 중이던 다른 상업영화의 스크린은 반토막이 났고, 예술/독립영화들이 상영되던 스크린마저 도미노처럼 줄어들어버렸습니다.


이러한 스크린 독과점 현상은 결코 정상적인 것이 아닙니다. '관객이 원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말은 변명에 불과합니다. 스크린 독과점 현상이 자연스러운 시장의 결정이라면 영화산업이 발전한 나라들은 하나같이 스크린 독과점 현상이 있어야하겠지요. 하지만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처럼 하나의 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2/3를 점유하는 일은 드뭅니다. 하나의 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2/3를 점유하는 것은 정상적인 시장이 아니고, 이런 방식으로는 영화 산업이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산업 종사자 스스로가 잘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아무리 흥행작이라도 하더라도 첫 주 개봉 스크린은 3~4천개 내외로 전체 스크린의 10% 정도에서만 상영됩니다. <트랜스포머 3>의 경우도 상영된 스크린 수는 4,088개로 전체 3만9천여 스크린의 10% 정도입니다. 이웃나라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흥행을 노리는 영화라 하더라도 전체 스크린 3,400여개 중 10% 정도인 300~350개 스크린에서 상영됩니다. 이렇듯 이전부터 개봉한 영화나 함께 개봉하는 다른 영화에게도 충분한 상영의 기회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6~7년 전부터 한 편의 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30~50%를 점유하는 스크린 독과점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시작으로 <괴물> 같은 한국영화는 물론이고, <캐러비안의 해적 3>, <스파이더맨 3> 등의 외국 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40~50%를 점유하는 일이 반복되어왔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규모는 더욱 커져 <트랜스포머 3>처럼 한 편의 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2/3를 차지하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스크린 독과점은 시장의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것이며, 영화 산업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그 피해는 영화제작사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관객도 함께 피해자가 됩니다. 스크린 독과점은 시장의 공정 경쟁의 기회는 물론, 관객의 영화 관람 기회를 원천적으로 제한/박탈하는 것입니다. 


 

매년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이 문제가 될 때 스크린 독과점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이런 목소리는 지금까지 법제화 되지 못했습니다.


2006년 <괴물>의 스크린독과점이 논란이 되었을 때,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을 비롯한 4명의 여야 국회의원은 '멀티플렉스 내 한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을 30%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발의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노무현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의 반대, 그리고 영화계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면서 법제화되지 못했습니다. 문제가 될 때 마다 ‘법으로 규제할 것이 아니라 시장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는 되지만, 스크린 독과점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을 뿐입니다. 한국 영화진흥을 책임지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도 심각한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지 못하며,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영화산업의 독과점 문제에 대해 검토만 할 뿐 제대로 된 입장을 내놓고 있지 못합니다. 


이런 사이에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너무 늦었습니다. 하지만 더 악화되기 전에 영화산업의 공정 경쟁을 보장하고, 관객의 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스크린 독과점은 규제되어야 합니다. 17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던 ‘스크린 점유율 제한’ 외에도 ‘상영 영화 쿼터제’ 등 이미 여러 규제책이 제안되어 있습니다. 일부가 주장하듯 '스크린 독과점 규제라는 방식으로 영화관의 영업권을 과도하게 저해해서는 곤란하다'면, 전체 영화관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과점'하여 시장의 질서에 책임이 있는 '(배급과 상영을 겸하는) 수직계열화'된 일부 '거대 멀티플렉스 체인'부터 규제하면 될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스크린 독과점을 제한하는 법은 만들어져야 합니다. 

영화 시장과 산업을 정상화시키고 결과적으로 관객의 피해도 없애줄 스크린 독과점 규제법, 꼭 만들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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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 영화진흥위원회 진흥정책에 대한 제언 (1)

TRACE 2008/07/16 11:23

최근 몇년간의 한국영화 제작 산업의 수익율 악화 등으로 인한 한국영화 산업 위기론이 대두되었고, 이에 대한 민간 차원의 대책과 영화진흥정책을 입안 수행하는 정부 차원의 대책들이 여러가지로 제안되고 토론되고 있습니다.

2008년 새 정부가 들어서고, 같은 해 영화진흥정책을 입안, 집행하는 영화진흥위원회 역시 새 위원장과 위원이 선임, 구성되었기 때문에 한국영화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기 위한 정책 방안들이 보다 새롭게 제출되고 토론될 것입니다.

지난 해 부터 이런 저런 토론회 자리나 대응책들을 토론하는 회의자리에 조금씩 참석하기도 했고, 많은 이야기들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한국 영화산업의 위기에 대해 이런 저런 고민들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현재 한국영화 산업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제안되고 집행되는 민간 혹은 정부 차원의 대책은 대체로 이런 것입니다.

먼저 민간 차원에서는 최근 몇년간 상승한 순제작비를 보다 효율적으로 입안 집행하자는 제작예산 합리화가 토론되고 추진되고 있으며, 과도한 P&A 비용 등으로 인한 총제작비 상승 역시도 제작 예산 합리화에 맞춰 보다 효율적인 방향으로 축소 집행하자는 합의가 도출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상영관 수익에 비해 DVD/비디오 등 이른 바 부가판권 시장이 붕괴되었기 때문에 이 부가판권 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민간과 정부 차원의 대책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영화 저작권 보호를 위한 캠페인과 이른바 불법 콘텐츠에 대한 법적 물리적 대응이 집행되고 있으며, 불법 콘텐츠를 대신할 수 있는 합법적 콘텐츠 제공을 위한 서비스 역시 여러가지로 시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 정책 차원에서는 한국영화 제작산업 수익율 붕괴가 코스닥 상장 열풍 등으로 인한 과도한 제작 편수 증가와 이에 수반한 콘텐츠의 질적 하락에도 있지만, 몇 개의 메이저 펀드가 주도하는 투자현실에도 큰 원인이 있다고 판단, 영화 제작자의 보다 안정적인 기획 개발과 저작권 보호를 위한 중대형 펀드의 조성 등이 토론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많은 정책 대안들이 토론되고 있겠습니다만, 4기 영화진흥위원회는 현재의 위기 상황의 원인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보다 다른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는 듯 합니다. 물론 부가판권 시장의 정상화와 확대, 제작 산업의 효율화와 안정성 구축 등 이전 정책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정책 책임단위는 위기의 원인을 이전 정책 담당자들과는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정책들이 비슷한 정책들이라 하더라도 다른 모양새로 드러나게 될 듯 합니다.

아직 4기 영화진흥위원회의 정책 방향이 제출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불가능하겠습니다만, 이전 위원회가 시행한 정책 방향에 대한 아쉬움과 새 위원회의 정책에서 고려되어야할 것들을 몇가지만 나열해 보려고 합니다.

한국영화 위기극복을 위한 영화진흥정책은 다음 세대를 위한 영화진흥정책이 되어야 한다.

먼저 한국영화 위기극복을 위한 정책의 기조는 현재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아니라, 한국 영화의 다음 세대를 위한 진흥 정책이 되어야 합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30대 이상의 현재 영화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을 위한 정책이라기 보다 10대, 20대 중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어야 합니다.

조금 부연하자면, 단순히 영화 산업의 경기 부양을 위한 단기적인 처방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시장점유율 확대', '수익성 강화', '제작 합리화' 등 산업 중심의 사고나, '산업 진흥', '다양성 확보' 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야 가능합니다.

현재 한국영화 산업의 위기는 수익율 악화로 인해 투자가 되지 않는, 그래서 제작 편수가 줄어드는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한국영화 산업의 위기는 한국영화의 미래가 다음 세대가 자신의 영화를 만들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있습니다.

한국영화 제작 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합리화되었을 경우 1년의 적정한 제작편수가 60편 내외라면 그래서 산업 영화 60편만 만들어지는 세상이 된다면, 영화 제작은 선택받은 소수만이 참여가능한 것이 되어버립니다. 시장에서 성공한 승자만이 다음 영화의 제작 기회가 보장되는 승자독식의 구조가 안착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영화 산업의 제작 편수가 100편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산업이 만들어내는 영화가 60편이 적정하다면, 산업 밖에서 더 다양한 영화(독립영화)들이 만들어 질 수 있어야 합니다. 독립영화를 만든 사람들 중 일부는 다시 산업 내로 들어가 산업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독립영화를 지속하며, 영화 문화를 다양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낼 수도 있습니다.

독립영화는 단순히 영화문화의 다양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영화 제작의 높은 장벽을 뛰어넘지 않더라도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산업 밖의 독립적 영화 제작-배급 시스템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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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배급에 대한 개인적인 긴 메모

TRACE 2007/08/29 12:32

◆ 독립영화 배급 정책과 모델을 설정하기 전에

❑ 독립영화 배급이란?

동 시대의 “독립영화”라고 부르는 영화들을 배급하는 행동. (이라고 하면 너무 동어반복인걸)

❑ 독립영화 배급에 대한 네 가지 고려 사항

(1) 산업영화 배급의 목표가 최대 이익을 창출하는 것에만 있다면, 독립영화 배급의 목표는 최대 이익을 창출하는 것에만 머물러있어서는 안된다. 이익 창출이라는 목표와 함께, 당연히 더 많은 관객에게 영화를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고려되어야 한다.

Ⓠ 산업영화(영화산업)의 최대 목표가 오로지 최대 이익을 창출하는 것에만 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고 본다. 상업 영화의 최대 목표는 최대 이익을 창출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많은 관객이 보기 원하는 것은 많은 유료 관객이 영화를 볼 때, 많은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 산업 영화의 박스오피스가 입장 수익으로 계산되는 것은 관객을 수익으로 치환하기 때문에 가능한 논리다. 무료 관객은 중요한 관객이 되지 못하는 것은 둘째 치고, 아예 관객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박스 오피스의 논리다. 산업 영화가 장기 상영을 하는 경우는 장기 상영을 통한 수익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2) 독립영화 배급은 산업적 영화 제도와 제도 밖을 함께 사고하여야 한다. 독립영화 배급을 위해서는 산업적인 영화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도 있으며, 산업적 영화 제도 밖을 적극적으로 개발해낼 필요도 있다. 전자의 영화 제도를 통해서 영화를 수용하는 관객층들을 적극적으로 만나나갈 필요성과 시장을 통한 이익 창출의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며, 후자의 경우 산업적 영화 제도가 배제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거나, 산업적 영화 제도를 통해서는 만날 수 없는 관객들을 직접 찾아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질서 여하에 따른 시장 배급과 계획 배급, 대가 유무에 따른 유상 배급과 무상 배급 등의 다양한 원칙들이 독립영화 배급 제도 안에서 효율적으로 배치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 배급과 계획 배급은 독립영화 배급의 시장 개입과 공공 지원을 통한 배급 등으로 구체화될 수 있으며, 유상 배급과 무상 배급은 독립영화가 배급의 목표로 설정한 관객이 누구인가 등에 의해 구체화될 수 있다.

(3) 독립영화 배급의 창구(Window) 전략은 최대한의 이익 창출을 하기 위한 영화 산업의 순차적 창구 전략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 창출과 더 많은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겠다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효율적인 방식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아울러 계열화된 창구 전략과 각각의 창구전략은 시장 배급과 계획 배급, 유상 배급과 무상 배급이라는 원칙을 가지고 구체화 되어야 한다.

Ⓠ 영화 산업의 창구 전략은 어떻게 구성되었나?
영화 산업의 창구 전략은 크게 보면 상영 시장 + 부가 시장이라고 보면 된다. 세부적으로 나누면, Pay-TV, Cable TV, 인터넷, DVD/VHS, 지상파TV 등이 언급될 수 있겠지만, Pay-TV와 DVD/VHS 배급의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관련 매체 시장에 해당 판권을 판매하는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부가 시장으로 묶는다. (영진위의 정책 방향이 그렇다.)
왜 그런지는 영화가 산업화되는 과정을 찬찬히 생각해 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애초에 영화 산업의 시장은 영화관을 중심으로 한 상영 시장뿐이었다. 이후 등장한 TV는 처음에는 경쟁 매체였는데, TV랑 경쟁하던 영화 산업은 수익률이 저하되고 있던 5~60년대 기존에 만들었던 영화들의 아카이브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고, TV는 아카이브를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처음 영화산업이 TV를 시장화하는 방식이 방영권을 판매하는 것이었고, 이런 방식은 새로운 매체에 등장할 때마다의 접근 방식으로 채택되어졌다. 물론 영화 산업이 수평계열화하는 방식으로 복합미디어기업화되면서 다른 매체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그리고 판권을 판매하는 것보다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나서면서 단순 판권 판매 방식에서 많이 변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부가 시장으로 묶어서 사고하는 구태는 이곳저곳에 남아있다.


(4) 독립영화 배급은 영화를 배급하는 행동이므로, 산업적 영화 배급 제도 내의 창구들을 통해 영화를 배급하는 것을 포함하되, 산업적 영화 배급 제도가 현재 포기한 배급 창구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개입하고 있지 않은, 그러나 매체 환경의 발전으로 인해 접근 가능한 새로운 창구도 독립영화의 배급에 적절한가의 여부를 판단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 산업적 영화 배급 제도가 현재 포기한 배급 창구 : 비극장 배급
    산업적 영화 배급 제도가 여러 사정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지 않은 배급 창구 : 인터넷

(최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나, 불법복제 등의 가능성 때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지는 않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들. 할리우드 보다 규모가 작은 영화들의 경우, 수익이 창출된다면 인터넷을 복제 때문에 외면하기 보다는 최소한의 수익이라도 추가로 창출하기 위해서 관련 판권을 팔아버리는 경향이 강하지만, 할리우드 영화는 불법 복제의 가능성 때문에 적극적으로 인터넷 시장에 참여해지 않았다. 최근 불법 복제 규모가 너무 크다는 판단 속에서 양성화를 통해 최소한의 수익이라도 창출하기 위해 개입하고 있다.)


❑ 독립영화 배급과 관련해 유의할 점

(1) 독립영화 배급은 영화의 ‘공공 배급’이나 ‘비영리적 배급’과 다르다.
독립영화 배급에 계획배급, 무상배급의 방식이 적극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지만, 이것을 영화의 공공 배급이나, 비영리적 배급과 혼동해서는 곤란하다. 계획 배급의 경우 ‘공공 배급’의 형태로, 무상 배급의 경우 ‘비영리적 배급’으로 구체화될 수 있으나, ‘공공 배급’과 ‘비영리적 배급’은 독립영화 배급만을 포함하지는 않는다.
‘공공 배급’과 ‘비영리적 배급’은 산업 영화의 배급도 정책적으로 포함된다. 예를 들어 도심 이외에는 상영될 기회가 없는 미국 이외의 국가의 영화를 다양한 지역에 상영하는 것은 ‘공공 배급’ 정책에 포함될 수 있으며, 산업영화라 하더라도 일정한 판매 시기가 지난 영화들(이른바 고전영화)들을 상영하는 것(시네마테크적 상영)도 ‘공공 배급’ 정책에 포함될 수 있다. 그리고 ‘비영리적 배급’은 다양한 영화를 영화 교육이나 문화 소외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무료 상영 등이 포함될 수 있으므로 독립영화만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2) 독립영화 배급은 독립영화 상영과 동의어가 아니다.
독립영화 상영은 독립영화 배급 활동의 하나의 창구 활동이다. 독립영화 배급 과정을 통해 관객이 영화를 수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상영 이외에도 DVD/VHS 구매 혹은 대여 후 관람, 방영에 대한 시청 등 다양하다.

(3) 배급할 독립영화에는 다양한 종류의 영화가 섞여 있다.
배급할 독립영화에는 극화된 영화(실사영화, 애니메이션영화 등)와 비극화된 영화(다큐멘터리영화, 실험영화 등)이 섞여 있으며, 상영 시간도 장편, 중편, 단편 등 다양한 영화들이 섞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독립영화의 배급 방식은 한 가지 방식으로 통일될 수 없다.
산업영화의 배급이 순차적 창구 전략이라는 단일 포맷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에는 극화된 장편영화를 주요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비극화된 영화의 경우도 산업적 영화 배급 제도를 통하기는 하지만, 이는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제한적 경우에만 작동된다.
독립영화의 배급은 다양한 종류와 다양한 카테고리의 영화들이 배급될 수 있는 다양한 방식들로 구성되어야 한다.

(4) 독립영화 배급에는 직접 배급과 간접 배급의 방식이 모두 가능하다.
독립영화 배급에는 매개자가 없는 직접 배급과 매개자가 있는 간접 배급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산업 영화의 경우, 제작-배급-상영 등을 적극적으로 분리하지만, 이런 방식은 각각의 역할들을 포디즘 방식으로 분리시킨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독립영화 배급의 경우, 수용자와 제작자가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직접 배급의 방식이 영화 산업의 배급 방식과 매우 다른 배급 방식으로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 그러나 직접 배급의 경우에도 한계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 배급 모델을 고민할 때에는 직접 배급 방식의 현실적 가능성에 대한 적극적인 모색이 필요하다.
한독협 배급위원회의 독립영화 배급 조직 설립 고민과 독립영화 배급 지원센터의 설립 및 운영 방식, 독립영화 배급사에 대한 지원 등 배급 매개자를 통한 간접 배급 방식을 정책화할 경우 직접 배급과 간접 배급이 가져올 차이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5) 독립영화 배급의 이익 창출에 대한 섬세한 고민이 필요하다.
독립영화 배급을 통해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원칙에 대해서는 보다 섬세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것은 독립영화의 배급이 영리적이어서는 안된다는 관점에서가 아니라, 독립영화 제작-배급-상영 등 수용 채널 등 이른바 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여러 비용들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독립영화의 무상 배급은 계획 배급과는 달리 소모되는 비용을 회수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용 회수가 불가능하고 비용들이 축적될 때, 지속적인 배급이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독립영화 배급을 통한 이익 창출을 고민할 때에는 제작 시 들어간 비용부터, 배급과정에서 소모되는 P&A 등의 비용, 그리고 관객 수용을 위한 채널을 통과할 때 발생하는 비용들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지가 고려되어야 한다.
이익 창출이라는 개념을 비용을 제외한 순이익으로 볼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작-배급-관객 수용 채널에 참여한 각각의 활동 인자들에게 일정한 수익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전제 위에서 상영 시 수익배분 방식, 필름(혹은 비디오) 렌탈비 책정, DVD/VHS 판매 시 수익 배분 방식 등이 적절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6) 제작 지원 비용 등은 일단 배급 이익 등의 고민에서 제외될 필요가 있다.
배급 이익을 산정할 때, 현행 공적 제작 지원 비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제작 지원으로 인해 이미 제작비용이 일정하게 회수된 것이 아니냐고 판단할 수도 있고, 공적 지원이 제작비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지원제도를 두고 그런 부분들을 다 사고하기엔 적절하지 못하다는 판단이 있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제작 지원금을 제작비의 회수로 보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본다. 오히려 공적 제작지원금은 제작 이후 공공적 활용으로 해소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그렇다면 공공지원 작품의 공공적 활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계획 배급 정책으로 공공 배급 정책이 구조화되어 있지 못한 상태에서 공적 지원을 받은 작품이기 때문에 공적 활용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현재의 제작지원 사업은 독립영화의 배급 구조가 만들어져있지 못한 상태에서 독립영화의 지속적 제작을 위한 ‘안전판’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적절하다고 생각하며, 공공 배급 정책이 일정하게 구현되고 난 후 공공적 활용의 방식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7) 독립영화 배급의 고민은 제작 현실화라는 제작의 고민과 함께 가야 한다.
현 단계 독립영화 배급에 대한 사고가 현재 수준의 독립영화 제작 현황만을 수렴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곤란하다. 현재 독립영화 제작 상황은 현실적이지 못한 상황이며, 많은 제작 비용이 비현실적 금액 책정이나 추후 지급 등으로 유예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인건비 등 주요한 비용들은 누락되어 있다. 독립영화 제작 진영은 제작비 현실화 및 현실화된 제작비 규모 내에서 안정적 제작 구조를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개혁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독립영화 배급에 대한 고민은 이런 제작 진영의 고민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며 가야한다. 영진위 지원금 더하기 지급하지 않으면 안되기에 지급하는 비용만으로 대충 구성되어 있는 몇 백만원 단위, 혹은 천몇백만원 단위는 비현실적인 제작비 규모일 뿐이며, 이런 제작비 규모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화질과 사운드가 보장되지 못한다. 현재 통용되는 수준의 제작비를 두고 배급을 고민할 경우, 만들어지는 배급 모델은 몇 해가 지나지 않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 독립영화 배급 정책

독립영화 배급 정책 고민은 독립영화인들을 대상으로 한 “독립영화 배급 전략”과, 배급의 결과로 수용하게 될 채널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독립영화 배급 환경 조성 전략”, 그리고 환경 조성을 위한 “공공 정책 제안” 세 축으로 구분하여 진행되어야 한다.

반복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독립영화의 배급 전략”은 ‘상영’ 등 관객들이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창구가 안정적으로 확보되어 있지 못한 상태라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독협이 독립영화 데이터베이스 사이트를 개통하며 독립영화 웹스토어를 함께 개통한 것, 미디액트와 함께 독립영화 DVD 제작배급 사업을 진행하는 것, 한독협 배급위원회가 “공동체 상영운동 네트워크”의 구성을 주도하고, 워크숍을 하고 교육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독립영화 배급 환경 조성”을 위한 전략의 좋은 예이다.

그러나 “배급 환경 조성”은 유감스럽게도 시장 논리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성되기 어렵다. 현재 영화시장의 논리는 자본의 논리에 따르고 있으며, 자본의 논리 내에서는 독립영화가 상영될 자리가 없다. 한독협이 “독립영화 전용관”을 요구하고, “독립영화 DVD 제작배급 지원 사업”을 요구하며, 공동체 상영운동 활성화를 위해 “독립영화 (상영) 라이브러리”를 요구해 구축하고, 공동체 상영운동 활성화를 위해 공공적으로 운영되는 “공동체 상영관(혹은 공공 상영관)”이 설립을 요구하는 것은 “환경 조성을 위한 공공 정책 제안”의 예이다.
이를 구분하여 사고하지 않는다면, 배급 전략과 상영 전략 등 배급 환경 조성 전략이 혼동될 수 있고, ‘독립영화 전용관 상영 전략 및 운영 전략’과 ‘독립영화 전용관 설립 요구’가 쉽게 혼동될 것이다.

일단 배급을 위한 환경 조성 전략을 먼저 나열하고, 이에 따른 정책 요구들도 나열해 보자. 배급 환경 조성 전략과 정책 요구는 일단 창구별로 정리한다.

❑ 독립영화 배급 환경 조성 전략

(1) 극장 상영
◦ 상영관 확보 및 지원 : 공공적 운영 상영관, 공공적 지원 상영관, 그리고 상영 시장 내 다양성 확보
◦ 상영 인력 확보 및 지원 : 공동체 상영운동 교육 및 네트워크 지원

(2) 비극장 상영
◦ 상영 공간 확보 : 공간 대관 및 장비 지원 등
◦ 상영 인력 지원 : 공동체 상영운동 교육 및 네트워크 지원, P&A 지원 등

(3) DVD/VHS
◦ 총판 확보 : 독립영화의 시장 내외 판매를 위한 총판 확보
◦ 판매 및 대여처(자) 확보 : 독립영화 일반 판매 및 대여처 확보 (유무상 배급 포함)
◦ 구매 및 대여자 확보 : 판매 및 대여처(자)를 통해 확보

(4) 방송
◦ 지상파 방송 : 편성 확대 요구, 독립채널 설치 요구
◦ 케이블/위성 방송 : 판매를 위한 마켓 조성, 편성 요구, 독자적 PP 필요성 요구
◦ 퍼블릭 액세스 : 편성 전략 입안

(5) 인터넷
◦ 상영 : 다양한 상영 추진
◦ 판매 : 인터넷을 활용한 판매 사이트 확보
◦ 홍보 및 정보 제공: 독립영화 제작 및 배급, 상영, 판매에 대한 홍보 사이트 확보
◦ 커뮤니티 : 독립영화 마니아 등 충성도 높은 관객층, 수요층 안정적 확보

(6) 기타 뉴미디어 : DMB, IPTV, WiBro 등
◦ 구매 확보, 편성 확보, 독립 채널 확보, 퍼블릭 액세스 확보

(7) 해외 배급
◦ 국제 교류 확대 및 네트워크 조성
 
❑ 독립영화 배급 환경 조성을 위한 공공 정책 제안

(1) 극장 상영
◦ 공공 운영 극장 설립 : 독립영화 전용관, 공동체 상영관 설립 및 운영 지원
◦ 극장 운영 지원 : 예를 들어, 아트플러스 시네마네트워크
◦ P&A 지원 : 작품별 마케팅 지원

(2) 비극장 상영
◦ 극장 대관 지원 : 상영 공간 대관 및 장비 대여를 하거나 대관 및 대여비 지원
◦ P&A 지원 : 홍보 지원
◦ 상영 활동가 지원 : 교육 및 네트워크화 지원
◦ 프로그램 지원 :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3) DVD/VHS
◦ 공공 구매 및 배급 : 직접 구매, 혹은 공공적 판매 환경 조성
◦ 독립영화 총판 지원 : 독립영화 배급 지원센터 등
◦ 독립영화 DVD 제작배급 지원 사업 : 번역 및 마케팅 지원 추가

(4) 방송
◦ 지상파 방송 : 편성권 확대, 독립채널 내 지분 보장
◦ 케이블/위성 방송 : 편성권 확대, 마켓 조성, 독자적 PP 설립 지원
◦ 퍼블릭 액세스 : 액세스 채널에 대한 지원 확대

(5) 인터넷
◦ 독립영화 포털 사이트 설치 및 운영 지원 

(6) 기타 뉴미디어 : DMB, IPTV, WiBro 등
◦ 편성 확보, 독립 채널 확보, 퍼블릭 액세스 확보

(7) 해외 배급
◦ 해외 마켓 참여 지원
◦ 영화 번역 지원
◦ 국제 교류 지원

★ 독립영화 배급사 지원
◦ 독립영화 여러 창구의 안정적이고 지속적 배급을 위한 배급사 직접 지원


❑ 독립영화 창구별 배급 전략

독립영화 배급 전략은 단순한 이익 창출이 아니라, 비용 회수와 이익 창출, 그리고 관객 확대, 독립영화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구성, 소수 문화 커뮤니티 및 지역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역할을 해야하므로, 개별 창구에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 창구와 함께 목적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기본 전략을 구성해야 한다.

(1) 극장 상영
◦ 극장 및 공동체 상영 운동의 전략이 요구하는 것들을 담아내어 P&A 전략을 구성한다.

(2) 비극장 상영
◦ 공동체 상영 운동의 전략이 요구하는 것을 담아내어 P&A 전략을 구성한다.

(3) DVD/VHS
◦ 공공 배급의 경우, DVD/VHS 활용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안하며, 부가 영상물/책자을 통해 주제나 소재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한다.
◦ 독립영화 포털 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등과 연계하는 피드백 구조를 형성한다.

(4) 방송
◦ 일단, 편성권 확대나 독립적 채널/PP의 확보가 우선이다.
◦ 퍼블릭 액세스의 경우 적극적인 방영이나, 작품을 재가공하여 소개하는 전략들을 수립한다.
◦ 지역 지상파 TV, 지역 SO 개입 방안을 만든다.

(5) 인터넷
◦ 제작자를 위한 제작-배급 정보 제공
◦ 수용자를 위한 상영-상영정보-판매-판매정보-데이터베이스 제공
◦ 네트워크와 커뮤니티를 확대하고 유지하기 위한 방안 마련
◦ 국제 교류 및 해외 소개를 위한 정보 제공
등, 각각의 기능들을 포괄하는 전략이 수립될 필요가 있다.

(6) 기타 뉴미디어 : DMB, IPTV, WiBro 등
◦ 일단, 편성권 확대나 액세스 확보 방안이 절실하다.

(7) 해외 배급
◦ 국가 간 교류를 통한 상호 교류 사업을 추진한다.
◦ 다양한 시장이 형성된 국가/지역에 한해 적극적으로 판매를 위한 교류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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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상영 시장의 ‘문화 다양성’ 확보를 위한 제언

TRACE 2007/08/28 17:23

영화 산업의 상영 시장 독과점 욕망을 규제하라!
- 한국 영화 상영 시장의 ‘문화 다양성’ 확보를 위한 제언


2006년 한국영화, 두 가지 풍경

최근 한국 영화계에서 아주 상반된 두 개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하나는 청어람이 제작한 영화 <괴물>의 엄청난 흥행 소식이고, 신작 <시간>의 개봉을 앞둔 김기덕 감독의 기자회견이 다른 하나였다.

청어람이 제작하고, 쇼박스가 배급하는 영화 <괴물>은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2006년 깐느영화제 감독주간에서 큰 호응을 받았다는 보도는 관객들의 기대를 부풀리기에 충분했다. <괴물>은 이런 기대 속에서 620개라는 한국 영화 최다 개봉 스크린을 확보하였고, 개봉 전 예매율도 거의 100%에 근접할 정도의 환대를 받았다. 그리고 엄청난 물량 공세로 모든 한국영화 흥행 기록 갱신이라는 결과를 얻고 있다. 개봉 첫 주말 토요일에는 역대 당일 최고 관객 동원 기록을 수립하였음은 물론이고, 개봉 첫 주말 최대흥행 기록, 최단기간 100만 흥행 돌파 등 <괴물>은 한국 영화 흥행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중이다. 각종 미디어들은 <괴물>이 아무리 늦어도 8월 18일 이전에는 최단기간 1,000만 관객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괴물>이 과연 <왕의 남자>가 기록한 1,200만여 명의 기록을 깨고 최고 흥행작이 될지에 대해 이런저런 예측 기사들을 내놓으며 독자들의 관심을 이끌고 있다.

반면, 김기덕의 <시간>의 사례는 좀 우울하다. 전작 <활>의 단관 개봉을 통해 총 1,400여명의 관객밖에 동원하지 못한 김기덕 감독의 신작은 아예 국내에서 개봉되지 못할 뻔했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영화주간지 [씨네21]에 이례적으로 장문의 프리뷰를 실으며, <시간>이 만들어졌으나 개봉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알렸다. 이에 한 네티즌은 김기덕 감독의 <시간> 개봉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기까지 했다. 개봉하지 못할 뻔한 <시간>은 다행스럽게 외국영화 전문 수입 배급사인 스폰지가 역수입함으로써 어렵게 한국 상영이 결정되었다. <시간>이 언론으로부터 최근 주목을 받은 것은 영화의 기자시사에서 김기덕 감독이 한 말이 언론에 보도되고부터였다. 인터넷 연예 매체들은 김기덕 감독이 더 이상 자신의 영화를 한국에서 개봉하지 않을 것이며,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영화제에도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별 이변이 없는 한 더 이상 한국 사람들은 김기덕 영화를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워 질 것이며, 이런 결정을 내린 김기덕 감독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겠지만 참으로 오만하며 동의하긴 어렵다는 기사들을 내놓고 있다.

한쪽에서는 최단기간 1,000만 관객 동원 샴페인을 터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다음 작품으로 한국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 이것이 바로 지금 현재 한국영화의 모습이다. 이 두 사건이 비교가 되면서 매체들은 경쟁적으로 국내 영화상영시장의 스크린 독과점을 우려하는 기사들이 싣고 있다. 한쪽으로는 흥행기록을 경마식으로 보도 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이 문제의 대안이 없을까를 고민하고 있는 모순적 태도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서 마이너쿼터의 필요성이 다시 한 번 제기되고, 프린트 벌수 제한이나 전용상영관 설립이 구체적인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익숙한 풍경들, 익숙한 호들갑

사실 이런 모습은 생경한 것이 아니다. 전체 스크린의 40% 가량을 차지한 <괴물>의 모습은 2004년에는 강제규필름 제작, 쇼박스 배급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2005년엔 진인사필름 제작, CJ엔터테인먼트 배급의 <태풍>이, 2006년엔 KnJ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한반도>가 이미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시네마서비스가 제작 배급한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말죽거리 잔혹사>가 개봉되었던 2004년 봄에도 지금처럼 스크린 독과점을 강하게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또한 적은 수의 스크린에서 간신히 개봉하거나 아예 개봉을 못하는 영화들은 널려 있어 굳이 이야기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최근 1만명 관객을 동원한 이모션 픽쳐스 배급의 <내 청춘에게 고함>은 그나마 양호한 사례다. 인디스토리가 제작, 배급하는 <팔월의 일요일들>은 제작한지 1년이 지나서도 개봉하지 못하고 있고, 서울독립영화제2005 개막작인 <상어> 역시 개봉은 언감생심이다. <마리이야기>를 만든 이성강 감독이 2005년 실사영화로 연출한 <살결>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마케팅 지원을 받았으나, 개봉은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독립영화계의 스타감독 이송희일이 연출하고 청년필름이 제작한 <후회하지 않아>와 <마이 제너레이션>의 노동성 감독이 연출하고 역시 청년필름이 제작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주류영화사가 제작한 (초)저예산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배급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관객들이 존재하는지 조차 모르는 장편독립영화들은 널리고 널려 있다. 이 중 많은 수의 영화들은 관객들을 만날 기회인 개봉 상영을 아예 포기한다. “전국에 영화를 상영하는 스크린이 1,600개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내 영화를 상영할 스크린이 정녕 하나도 없단 말이냐!”라는 감독들의 한숨 섞인 탄식이 들리는 듯하다.


스크린 독과점, 대안은 없을까?

거의 매년 스크린 독과점이 문제가 되고, 저예산영화와 독립영화들이 상영할 수 없다는 지적이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다가 ‘마이너쿼터’, ‘프린트벌수 제한’, ‘전용상영관 확대’ 등의 대안들이 이렇게 저렇게 제안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되지 않거나 혹은 못하거나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생각보다 간단할지도 모른다. 일단 대안으로 제출된 정책의 실효성이 의심스럽거나, 아니면 너무 많은 재정이 필요한 탓일수 있다. 줄기차게 등장하는 ‘마이너쿼터’가 과연 한국영화상영시장의 다양성을 확대해 줄 수 있을까? 프린트 벌수를 제한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전용상영관을 많이 만들면 해결이 될까? 하나씩 검토해 보자.

먼저 ‘프린트 벌수 제한’, 문화관광부가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어느 평론가가 필요성을 역설하고 많은 사람들이 스크린 독과점 현상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언급하는 이 정책은 상영하는 영화의 프린트수를 제한하여 600개씩 스크린을 독점하는 현상을 막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변화하는 상영 시장 환경에도 부합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실제 상영 시장 내에서는 스크린 독과점을 막는다는 의도와 달리 시장을 더욱 왜곡시킬 수 있는 맹점이 있다.

프린트 벌수를 제한하면 제한된 숫자만큼만 스크린을 차지할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멀티플렉스는 하나의 프린트로 여러 스크린에서 영사가 가능하다. 프린트 한 벌 가지고 전체 스크린의 상영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또한 점자 디지털 상영이 대세가 되어가는 현재 시장 상황에서 프린트 벌수를 제한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의 정책이 될 수 없다는 문제도 간과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이 정책이 가진 맹점은 프린트수가 제한될수록 배급사의 힘이 강력해 진다는 것이다.
프린트 수가 부족하다면 관객들이 자주 찾는 주요 멀티플렉스 체인들과 배급사와 수직계열화된 멀티플렉스 체인만이 그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배급사의 힘은 더욱 강력해지고 독립계열 극장들은 관객이 잘드는 영화 프린트를 확보하기 위해 배급사에 이전보다 더욱 강력하게 종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영시장은 배급사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면 블록부킹 등 불공정 거래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강력한 힘을 가진 배급사가 배급하지 않는 영화의 경우 상영 기회를 잡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이 힘의 논리에 의해 더욱 왜곡되어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전용관의 확대’. 문화관광부가 스크린쿼터 축소의 대책으로 예술영화전용관 100개를 들먹이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던 전용관 확대 정책은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다.

실제로 상영 시장 내에서 상영 기회를 거의 가지지 못하는 독립영화계는 줄기차게 ‘독립영화 전용관’의 설립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1기, 2기 영진위는 독립영화전용관 설립을 부적절한 정책이라고 외면해 왔다. 다행히 3기 영진위에 들어와서 경우 추진 정책의 하나로 인정받긴 했지만, 그 동안 너무 심하게 바뀌어버린 영화 상영 시장 현실에 의해 쉽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영진위와 독립영화계는 독립영화전용관의 운영 방식이나 의의에 대해 이견을 가지고 있지만, 독립영화전용관 설치가 상영 시장에서 배제된 독립영화의 상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없이 동의하고 있다.

물론 지금 이야기되는 전용관이 독립영화전용관을 확대한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전용관의 확대는 우선적으로 영진위가 지원하는 아트플러스시네마네트워크(이하 아트플러스)같은 예술영화전용관을 지칭한다. 아트플러스 사업은 시장에서 밀려났거나 단관으로 예술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해 온 영화관들을 대상으로 예술영화 상영을 하면 이에 대한 보상으로 일정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영화관 보조금 지급이라는 방식으로 예술영화 상영 기회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100개관을 만든다는 것은 너무나 많은 예산이 소모되므로 부적절하다는 것이 거의 대다수 영화계의 의견이었다. 그래서 영진위는 지역 시민회관, 문예회관 등 영화 상영이 가능한 비상설 극장을 전용관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사업 내용을 수정하였다. 이런 사업 내용의 수정은 그동안 독립영화계와 시네마테크 단체들이 요구해온 공공/공동체 상영관 요구에 일정하게 맞닿아 있기도 하다.

독립영화계와 시네마테크 단체들은 비영리적 영화 활동이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상영관 정책으로 공공/공동체 상영관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공공/공동체 상영관 설립 요구는 시장 내에 있는 극장들은 시장 논리에 구애받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는데서 출발한다. 시장 내에 있는 극장들에게 비영리적인 독립영화, 다큐멘터리영화, 실험영화, 고전영화 등을 상영하도록 요구할 것이 아니라, 시장 조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공공적으로 운영되는 상영관을 통해 시민들이 다양한 영화적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야한다는 것이 이 제안의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영진위의 전용관 정책은 이런 제안의 일부를 수용하고 있긴 하지만 다르다. 영진위가 지역의 비상설 상영관에 접근하는 방식은 비영리적인 영화의 상영을 공공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이라기보다는 일단 비상설 극장을 영화 상영관으로 바꾸어 시장에서 상영되지 못하는 영화들을 상영하겠다는 것이다.

이 두 입장이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기본 전제부터 큰 차이가 있다. 전자가 다양한 영화적 체험을 가능케 하는 비영리적이고 공공적인 상영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라면, 후자는 현재 영화 시장이 가진 독과점의 문제를 비상설 극장을 영화 상영관으로 바꾸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시장에서의 독과점 문제를 시장안에서 해결하지 않고 내버려둔 채, 우회적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배제된 영화들을 위한 상영관이 늘어나는 것은 일면 바람직 하지만, 상영 시장의 독과점을 해소하려는 노력 없이 진행되는 정책은 시장에서 소외받는 영화들의 상영 기회를 시장 밖에서 창출함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이런 영화들을 시장 밖의 영화로 인식시키고 시장 내의 다양성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


마이너쿼터, 스크린 독과점의 대안?

스크린 독과점 현상의 대안으로 이야기되는 두 정책들을 살펴보았다. ‘프린트 벌 수 제한’은 아예 실효성이 없고, ‘전용관 설립’은 실효성이 있긴 하나 시장 내 문제를 외면한다는 한계가 있다. 상영 시장의 독과점이 문제라면, 시장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마이너쿼터’는 전용관 정책과 달리 시장 내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정책이라 할만하다.

알려진 마이너쿼터는 ‘각 스크린의 년 중 상영 일수 중 일부(최소 7일부터 최대 14일)를 저예산영화/예술영화/독립영화의 상영일로 보장하자’는 내용이다. 전국에 스크린을 1,600개라고 가정했을 때, 최소 11,200일에서 최대 22,400일 동안 상영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날짜를 365일로 나눠보면 최소 30개관의 연중 상영이 보장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인데, 이 숫자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상영관 30개는 그저 산술적 수치일 뿐이지 실제 상영관 수는 아니란 것이다. 만약 주어진 쿼터를 연속으로 사용하지 않고, 일주일에 관객이 가장 들지 않는 날 중 하루씩 7주(혹은 14주)를 상영한다면, 이 정책은 있으나 마나 한 정책이 된다. 연속으로 사용하게 한다고 해도 문제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서는 이 극장, 저 극장 전전해야 하며, 관객들은 영화 상영 극장을 찾아가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어찌되었든 상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야 이런 기회라도 만들어서 활용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영의 문제가 단순히 극장이 있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란 점을 기억하라 지난 번 글에서도 언급했듯 영화가 상영되기 위해서는 홍보/마케팅 작업이 필요하다. 이 극장 저 극장 전전한다면, 새로운 상영관을 알리기 위한 홍보/마케팅 비용이 상승하게 되며, 이럴 경우 총제작비가 증가하게 되어 개봉 상영에 부담을 주게 된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상영을 하게 될 경우 영화관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관객 커뮤니티가 구성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정된 ‘마이너쿼터’가 제안되기도 했다. 멀티플렉스를 대상으로 한 마이너쿼터를 시행의 경우, 각 스크린의 배정일수를 하나의 스크린에 몰아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개의 스크린을 가진 극장의 경우 하나의 스크린에서는 최소 70일에서 최대 140일까지 저예산/예술/독립영화를 상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앞서 제안된 마이너쿼터의 비효율성을 상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꽤 좋은 평가를 받았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마이너쿼터가 바로 이런 것이다. 멀티플렉스 내에 최소 한 개씩이라도 다양한 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스크린을 만들자는 것인데, 전국의 멀티플렉스가 160여 곳이라면 160여 개의 (최소 30일 이상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 전용관이 생기는 효과가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정책은 구체적인 정책이 되지 못했다. 이유는 2004년 마이너쿼터를 정책화하려던 열린우리당이 스크린쿼터제의 축소를 위한 정책으로 상정하고 검토하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마이너쿼터 정책이 이 제도를 시행하는 영화관에 손실분만큼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식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시행되는 일수만큼 보조금을 지급한다면, 매년 최소 수십 억 원 이상의 보조금이 지급되게 될 것이다.

매년 수십 억 원 이상의 공적 자금을 투여하더라도 시장 내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이 사업은 추진해 볼만하다. 그러나 멀티플렉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이 과연 적절한가? 만약 보조금 지급을 하지 않는다면 마이너쿼터는 검토해볼만한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국 스크린이 1,600여개 중 멀티플렉스 내의 1개씩 마련되는 160개의 스크린은 전체 스크린의 10%에 해당하는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10%일까? 다시 계산해 보자. 160개 스크린에 마이너쿼터 최소 7일을 상정하면 총 1,120일이다. 이 수를 365일로 환산하면 극장 3개 정도의 상영일수일 뿐이다. 14일 쿼터를 적용한다고 해도 6개의 전용상영관을 대체하는 효과밖엔 없는 셈이다.


독과점, 영화 산업의 속성

마이너쿼터제의 구체적인 실행 모델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될지 아닐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만약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멀티플렉스 1관 당 1개 스크린에 대해 연간 상영일 수의 40% 정도의 마이너쿼터를 적용한다면 23,360일의 상영이 보장되고, 64개 정도의 전용관을 설치하는 효과를 볼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이 정도라면 더욱 해볼만한 정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정책만으로는 상영시장의 왜곡이 해소되지 못한다. 마이너쿼터가 시행되지만 다른 쪽에서는 전체 스크린의 40% 이상을 점유하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너쿼터는 그저 제한적이고 소극적인 상영관 정책일 뿐이다. 상영 시장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들이 필요하다. 최근 멀티플렉스 내에서 한 편의 영화가 차지하는 스크린의 점유율을 제한해 다양한 영화의 상영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런 점에서 매우 주목할만하다.

한 멀티플렉스 내에서 하나의 영화가 너무 많은 스크린을 차지한다면 다른 영화의 상영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하나의 영화가 많은 스크린을 차지하는 것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배급사가 배급하는 거대 예산 규모의 영화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6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상영하기 위한 600개 프린트를 제작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쉽게 생각하듯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니까 영화관들이 상영하려 하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40%의 스크린을 채우게 되는 것은 아니다. 큰 예산을 들인 만큼 큰 수익을 발생시켜야 하기 때문에 많은 스크린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스크린을 잡는 것이다. 웬만한 예산을 들인 영화는 흥행에 대한 부정할 수 없는 확신이 없는 한 관객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비용을 더 들여가며 적정한 수 이상의 프린트를 제작하지는 않는다.

스크린을 많이 잡는 또 다른 이유는 강력한 경쟁자가 없어야 시장에서의 성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강력한 경쟁자를 몰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다른 경쟁자가 발붙일 곳을 없애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내가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사람의 시장 진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크린 독과점의 문제는 단순히 저예산/예술/독립영화의 상영 기회가 없어지는데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영화의 성공을 위해 다른 영화의 시장 진입을 억제하려는 자본의 욕망이 바로 스크린 독과점의 문제인 것이다.

영화산업의 속성 중 하나는 독과점적 질서를 지향하는 것이다. 과거 할리우드 영화 산업이 수직계열화를 한 것도, 최근 할리우드 영화산업이 다른 매체와 수평 계열화를 하는 것도 모두 과점적 질서를 구축하려는 욕망 때문이다. 영화가 산업화될수록 이런 욕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영화가 산업화된다는 말은 한국영화산업의 독과점의 욕망이 커진다는 말과 같은 말인 셈이다.


‘상영 영화 쿼터제’, 상영 시장의 다양성을 위한 정책

산업을 그냥 내버려 둘수록 독과점 현상은 점점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시장의 독과점은 시장 밖의 다양성 정책(전용관 설립)이나 소수 영화의 소극적 상영 정책(마이너쿼터의 도입)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앞서 언급했듯 독과점으로 인한 시장의 왜곡을 막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

최근 대안으로 말해지는 ‘스크린 점유율 제한’은 전용관 설립이나 마이너쿼터의 도입보다 적극적인 시장 내 정책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이 정책에도 맹점이 있다. 독과점 규제를 위한 강력한 정책처럼 보이긴 하나 잘못 적용될 경우 시장을 더욱 왜곡 시키거나, 한국 영화 제작 산업에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영화가 멀티플렉스에서 차지하는 스크린 점유율을 30%로 제한한다고 치자. 이 말은 하나의 영화가 차지하는 30% 이외에는 다양한 영화가 상영된다는 것을 의미하진 못한다. 30%의 스크린을 점유하는 세 편의 영화에게만 상영 기회가 보장되는 정책이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물론 너무 극단적인 예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수 메이저가 과점적 질서를 구축하는 경우라면 이런 맹점은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 경우 다양한 영화의 상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영화의 제작(특히 저예산의 영화)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

그렇다면 특정 거대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을 막으면서도 다양한 영화의 상영을 보장하는 정책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특정 영화의 점유율을 제한하는 식의 배급의 문제가 아니라 상영관에서 상영하는 영화의 편수를 제도화는 상영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영 시장 독과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멀티플렉스 상영관, 그 중에서도 배급사와 수직계열화된 멀티플렉스 체인 상영관이 특정 영화에 스크린을 몰아주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멀티플렉스가 상영해야 하는 영화의 편수를 할당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 ‘상영 영화 쿼터제’가 바로 그런 정책이다.

‘상영 영화 쿼터제’는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숫자의 특정 퍼센티지의 영화를 상영하도록 하여 스크린 독과점을 규제하는 정책제안이다. 예를 들어 ‘상영 영화 쿼터제’가 각 멀티플렉스 스크린수의 70%로 적용된다면, 10개의 스크린을 가진 멀티플렉스는 최소 7편 이상의 영화를 상영하게 된다. 완전하진 못하지만 최소한 다양한 영화의 상영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물론 1편의 영화가 3개의 스크린을 차지하고, 나머지 6편의 영화가 각각 1개의 스크린을 차지하는 쏠림현상이 생겨 스크린 독과점 현상이 반복될 수 있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흥행되는 작품이 1편뿐이겠는가? 1편이 아니라면 배급사간 경쟁을 통해 스크린 쏠림 현상이 줄어들 것이다.

‘상영 영화 쿼터제’는 특정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을 제한하는 정책보다 상영하는 영화의 편수를 무조건 많아지게 한다. 스크린 점유율 제한 정책을 강화하여 하나의 영화가 20% 이상의 스크린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해도 10개의 스크린을 가진 멀티플렉스에서 상영되는 최소 편수는 5개이지만, 상영영화 쿼터제를 70% 적용할 경우는 최소 7편의 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것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영화의 상영 기회가 제도적으로 보장된다면, 배급사간 공정 경쟁이 가능할 것이며, 이에 따라 상영 시장 역시 서서히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문화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기획이 필요하다.

‘전용관 설립’ 정책이 시장에서 배제되는 비시장적인 영화를 상영하고 수용하게 하는데 의미 있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상영 시장의 정책 개입을 통해 영화 산업의 독과점 욕망을 규제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를 내버려둔다면 영화 자본의 시장 지배 전략이 무제한적으로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 다양성은 단순히 이미 존재하는 각각의 문화를 인정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프랑수아 드 베르나르는 [‘문화 다양성’ 개념의 재정립을 위하여]라는 글에서 문화 다양성(diversitē culturelle)의 다양함이 상이함(le diffērent), 다수(le pluriel), 복수(le multifle), 다채로움(le variē)과 혼동되어서는 안된다고 쓰고 있다. 다양성의 의미를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의 라틴어 어원인 ‘디베르수스(diversus)’가 가졌던 의미로 되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디베르수스’는 ‘대립되는’, ‘불일치하는’, ‘모순되는’, ‘상이한’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어원에 따른다면 다양성은 고정된 결과나 상태가 아니라 투쟁 속의 운동의 의미로 해석되어야 하는 것이다.

‘전용관 정책’이 시장이 책임질 수 없는 비시장 영역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단지 시장에서 배제된 영화를 상영하기 위한 정책이라면, 이 정책은 그저 시장 영역에서 배제된 (이미 있는) 영화들은 여전히 시장 밖에 존재해야한다는 것을 재획인시키는 것이 뿐이다. 이런 정책은 베르나르의 견해대로라면 다양성 정책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전용관 정책’이 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시장 내의 다양성을 확보해내기 위한 정책과 함께 존재해야 한다. 그럴 때에야 왜곡된 시장을 단순히 보조하는 전용관 정책이 아니라, 비시장적 영화가 소통되는 장으로서 전용관 정책이 바로 설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영화의 문화 다양성 정책은 영화 산업 자본의 지배 전략에 대항할 수 있도록 자본의 독과점적 욕망을 규제하고, 시장 안에서 투쟁을 가능하게 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문화 다양성’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이런 기반 위에서 ‘법적/제도적 기획’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문화 다양성’을 정치적 기획으로 사고될 때, ‘메이저 사기업들의 무제한적인 지배전략에 맞서 전체 이익과 공공 이익의 무제한적인 지배전략을 완벽하게 대응’되는 영화의 문화 다양성이 제대로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부분 수정게재 : 레디앙 (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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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2006 영화문화다양성정책에 대한 평가: 정책과 제작을 중심으로

TRACE 2007/02/14 16:00

매년 그렇게 느끼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한국 영화계의 2006년은 참 다사다난했다. 하지만 2006년에 일어난 일들은 예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이 새롭게 발생한 것이라기보다 90년대 후반부터 지속된 일련의 일들이 2006년에 와서 중대한 변화를 맞았다거나, 구체적으로 이슈화되었다거나, 문제의 바닥이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2006년 한국영화계의 주요한 이슈들을 돌아보는 것은 (이 간담회가 다루고 있기도 한) 1999년부터 2006년까지의 영화계 이슈들을 일별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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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년 한국영화계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노무현 정부의 일방적인 스크린쿼터제의 축소 결정이었다. 멀게는 70년대 말부터 구체적으로는 80년대 중반 한국경제의 시장개방이 본격화되던 시절부터 미국 영화산업이 요구해 왔던 ‘스크린쿼터제의 폐지 혹은 축소’는 90년대 후반 김대중 정부의 한미투자협정 체결 시도로 다시 재 점화되었다가 영화인들의 축소 반대 투쟁으로 잠시 잠잠해졌었다. 그랬다가 2006년 1월 초 한미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위한 선결 조건의 하나가 되어 기습적으로 축소되었다. 2006년은 스크린쿼터제의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영화인들의 투쟁이 가열차게 진행되었던 한 해였다.

그러나 스크린쿼터제에 대한 긍정적 시선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었다. 최근 2~3년 사이 스크린쿼터제는 한국영화의 다양성의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하여 ‘한국산 독립영화(와 저예산영화)’나 이른바 ‘(수입) 예술영화’가 국내 상영시장에서 소외되는 문제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냐는 논란에 발목을 잡혔다. 이 논란이 스크린쿼터제와 한국 영화 시장의 다양성 문제를 적절하게 연관시켰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할 수 있겠지만, 스크린쿼터제의 논란을 별도로 하더라도 한국 영화의 다양성 문제, 그리고 한국 영화 상영 시장의 다양성 문제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제기된 이슈였다. 이 다양성 문제는 2006년 여름, 영화 <괴물>의 스크린독과점 논란으로 이어지며 보다 영화산업의 독점화에 대한 우려로 전환되기도 했다. 스크린독과점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입장은 여러 가지였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 역시 다양하게 개진되었다. 충분하게 논의가 진행되었는가는 별도로 평가해야겠지만, 스크린독과점 문제를 넘어 멀티플렉스라는 상영공간이 가지는 문제와 한계가 표면화된 것과 영화산업의 수직계열화 상황을 통해 한국영화산업의 독과점 문제가 제기된 것은 다양성 문제의 논의가 진전된 것으로 평가할만 하다.

한국영화 산업에 대한 문제제기가 수직계열화를 통한 독점화, 이로 인한 양극화 이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역시 최근 몇 년 동안 제기되어왔던 영화 제작 스태프의 노동권 확보 요구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의 설립으로 이어지고,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함께 단체교섭을 진행한 것도 2006년 한국영화계의 중요한 이슈였다.

그리고 2006년 2월 1일 시행된 ‘영파라치’ 제도로 본격적으로 점화된 불법 다운로드 문제도 빼놓을 수 없겠다. 비디오산업(DVD 산업)을 그저 부가시장으로만 바라보던 제작자들이 비디오시장이 축소되고 이를 대체할 DVD 시장이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하자, 부가시장의 붕괴와 이를 통한 한국영화 산업 축소 문제가 제기되었고, 온라인 저작권 등을 보호하기 위한 저작권법 개정이라는 구체적 쟁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부가시장 붕괴 논란은 한국영화의 수익률 저하 문제와 맞물리기도 했다. 2006년 한국영화 제작산업은 연간 제작 편수가 100편을 넘는 근래에 보기 드문 활황을 이룬듯했지만,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어 신규투자가 급감하자 영화산업의 위기론으로 극적 전화가 이뤄졌다. 여기에다 한국영화의 해외 수출 급격히 감소하고, 앞서 언급한 부가시장 붕괴가 덧붙여지면서 한국영화산업이 총체적인 위기를 맞았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2002년 CJ엔터테인먼트와 시네마서비스의 상장으로 시작된 영화산업의 상장열풍이 자본 확대를 통해 제작 활성화와 산업 활성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과잉 공급으로 인한 급격한 불황을 불러오고 만 것이다. 마이너스 수익률은 마케팅비와 제작비의 과잉논란과 함께 제작합리화라는 과제로 수렴되기도 했다.

이밖에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으로 인한 D-Cinema 도입도 2006년 한국영화계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이 간담회에서 다루는 주제가 산업 부문이 아니라 문화 다양성 부문임에도 불구하고 산업 전반의 문제를 길게 나열한 것은 문화 다양성 부문이라고 부르는 영역이 산업의 영역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두들 아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 되겠지만, 영화는 다른 산업과 매우 다른 성격을 지닌 독특한 성격의 산업이다. 영화 산업의 생산품은 시장 내에서 유통되는 상품이기도 하지만 역사적, 민족적, 언어적, 사회적 의미를 갖는 문화적 생산물이기도하다. 그로 인해 사유재적 성격도 가지지만, 공공재적 성격도 가진다. 이런 탓에 영화 정책에 대한 논의는 하나의 방향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양방향을 골고루 사고하면서 토론되고 접근되어야 한다. 정책 역시 이 두 성격을 공히 함께 고려하면서 입안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글의 시작에서 언급한 2006년 한국 영화산업의 문제들은 산업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문제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진흥정책’이 존재한다면 이 문제들을 사전에 예측하고 대응 계획을 세워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거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최소화시켰어야 마땅하다고 할 수 있다. 과연 한국의 영화진흥정책은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했을까? 이에 대한 평가가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나 앞으로 발생할 문제에 대한 대응 방향들을 잡아가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이제 한국영화 산업에 대한 진흥 정책이 이 두 성격을 공히 사고하면서 입안되고 추진되었는지 살펴보자.

2006년에 발생한 한국영화계의 이슈 중 스크린쿼터 문제는 단순히 영화진흥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많은 것들 중 일련의 흐름을 예측 가능한 것들은 있었다. 영화산업의 독과점 문제나 이에 의한 양극화 문제, 제작 부문의 다양성 파괴와 멀티플렉스의 등장과 확대, 그리고 배급-상영의 수직계열화로 인해 상영 시장이 양극화되고 다양한 국내외의 영화가 상영되거나 배급될 기회가 축소되는 것 등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은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또한 미디어환경의 변화에 따라 비디오 산업이 축소되는 것 역시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또 마케팅 비용의 증대로 인한 부풀려진 제작비를 통한 제작비 증가의 악순환과 과잉 투자로 인한 과잉 제작과 이를 통한 수익률 저하, 투자 축소와 산업 전반의 불황 역시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예측 가능하다고 해서 예상된 모든 문제가 발생되기 전 해결 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응 방법이 쉽게 찾아지지 않을 수도 있고, 예측하더라도 정책적 대응이 불가능한 것들도 있다. 하지만 예측 가능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은 없는지,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 대응 방향이 제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대응을 하지 않았거나 대응 시기를 놓친 것은 아닌지는 점검되어야 한다. 만약 그런 것이 있었다면 이후에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말이다.

영화는 산업화될수록 안정적 (독)과점 체제를 구축하려고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독)과점 체제는 투자-제작-배급-상영을 일원화하는 수직계열화와 영화-미디어를 가로지르는 수평계열화를 통해 구축된다는 것 역시 이미 알려져 있다. 그리고 (독)과점화된 시장 조건은 산업 양극화를 조장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문화의 다양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상식에 속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현실에 개입해야할까?

영화진흥정책의 기조를 산업의 안정적 기반 구축과 이를 통한 성장으로 잡았다면, 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과점 체제(이를 테면 메이저 투자배급사, 전국화된 멀티플렉스)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제작-배급-상영의 순환구조를 만들어 안정적인 한국영화 산업을 위한 투자 환경을 만드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은 일정하게 인정한다. 그러나 과점적 체제를 산업 성장을 위한 동력으로 받아들였다면, 이를 통해 산업의 성장을 도모하더라도 성장한 이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들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대응 계획들(예를 들면 다양성을 저해하는 흐름에 대한 규제 정책 등)을 함께 수립되어야 마땅하다. 또한 이와 함께 산업 영역에서 책임질 수 없는 영화 문화적 영역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문화적 영역을 진흥시키기 위한 공공적 정책 계획들을 입안하고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과연 한국의 영화진흥정책이 그러했는가? 적절하게 정책들이 수립되고 추진되어왔는가? 수립되고 추진된 정책들은 존재하고 일정한 성과도 있다. 그러나 ‘적기에 그리고 충분하게’ 관련 정책들이 입안되고 추진되었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존재하는 것 또한 현실의 모습이다.

상영환경의 예를 들어보자. 멀티플렉스가 상영 환경의 주가 될 경우 단관 극장들이 살아남기 어렵고, 멀티플렉스가 기업적으로 체인화될 경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극장들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기업화된 멀티플렉스가 제공하는 영화 선택의 범위가 다른 시장의 조건 하에서보다 넓지 못하게 될 것이며, 스크린의 증가는 반드시 관객을 위한 영화의 보다 많은 선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적은 수의 영화를 볼 수 있는 보다 많은 기회의 장소를 의미하게 될 것도 충분히 해외의 사례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기 위해서는 멀티플렉스 이외의 다양한 상영공간들이 필요하며 이러한 상영공간의 다양성을 통해 상영되는 영화의 다양함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사실들을 알고 있었다면 멀티플렉스 내에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과, 멀티플렉스 외에 다양한 상영 공간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정책, 그리고 상업적 영화관 이외의 공공적 영화관의 시범적 운영 등의 정책이 입안되고 추진되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아트플러스 시네마 네트워크’라는 정책이 있었고, ‘예술영화관 지원 정책의 확대’가 연구되었지만 정책의 연착륙에 많은 시간이 걸렸고, 여전히 정책의 추진방향이 논의 중이다.

독립영화의 상영환경은 어떤가? 독립영화 진영은 '독립영화의 상영 활성화‘를 위해 독립영화 전용상영관의 설립을 90년 말 대부터 꾸준히 요구해 왔다. 하지만, 독립영화전용관은 필요한 정책으로 언급되면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려 영화진흥위원회 3기가 구성될 때까지 추진되지 못했다. 3기에 와서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은 과거에 비해 여의치 않다. 이미 다양한 영화의 상영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는 영화관들은 폐관 되었고, 무엇보다 상영시장은 독립영화전용관 1관으로는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전용관의 설립과 운영은 당장에 필요할 뿐만 아니라 영화 상영관의 다양화를 위한 정책적 실험으로도 의미가 있기에 추진되고 있다. 만약 독립영화전용관이 거대 멀티플렉스 체인이 상영 시장을 지배하는 시절이 아닌, 하나의 스크린이 상징적 의미를 발휘할 수 있었던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가정에 불과하지만 1개의 영화관이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지고 운영의 경험이 쌓였다면 스크린이 양극화되고 있는 현재의 조건 속에서도 그나마 다양한 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공간으로 역할 할 뿐 아니라 현재 요구되는 다양한 상영관의 설립과 운영의 모델이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는 시기가 늦어버려 독립영화전용관의 스크린 1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오히려 축소된 것은 아닌지 평가해 보아야 한다.

물론 상영 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응 방향의 적절성에 대한 입장의 차이나, 독립영화전용관의 역할론에 대해서는 상이한 관점이 존재할 수 있다. 게다가 가정에 근거한 것이라면 더더욱 다른 입장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 상영 환경의 변화로 나타난 다양성 훼손의 문제는 정책이 적절하게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음을 현실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 문화의 다양성을 위한 정책이 부족했다는 점은 드러나는 부분은 이 뿐만은 아니다. 독립영화 제작과 상영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정책이 98년 이후 꾸준히 진행되었고, (디지털) 장편영화에 대한 지원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공공 자금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영화들이 안정적 상영 기회와 공간의 확보 속에서 관객들에게 보여지고 평가받을 기회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심지어 영화진흥위원회의 마케팅 지원을 받은 작품들조차 상영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정책들이 입안되고 진행되고 있지만 왜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해결되지 못하는 것일까? 이는 필요한 정책이 입안되어 적절한 시기에 충분하게 실행되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독립영화에 대한 영화진흥정책을 하나하나 따져 공과를 평가하기 이전에 이런 질문을 해보자. 지원정책을 통해 영화가 제작되고 상영되고 있는데, 과연 안정적으로 독립장편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구조는 만들어졌는가? 그리고 독립영화가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독립영화의 배급 구조는 안정적으로 만들어져 있는가? 만약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부정적이라면, 문화 다양성을 위한 정책이 빠뜨린 부분이 무엇인지, 그리고 정책이 지향해야할 부분이 무엇인지가 보다 분명해 질 것이다. 개별적인 작품에 대한 제작과 상영을 위한 지원은 있지만, 독립영화가 안정적으로 제작되고 배급되고 상영될 수 있는 구조는 여전히 만들어지지 못했다.

영화 문화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영화 문화의 다양성을 구성할 영화들이 산업의 영역과 ‘일정한’ 독립성을 가지고 제작(혹은 수입)할 수 있는 시스템과 상영할 수 있는 공간들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제작(수입)된 영화와 창구/관객 사이를 연결시켜줄 수 있는 산업에서 독립된 배급의 역할이 안정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영화 산업의 구조에서 일정하게 독립된 제작-배급-상영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개별적인 제작 노력, 배급 노력, 상영 노력들은 자리를 찾지 못하고 흩어지게 될 것이다. 2006년 현재, 다양한 영화가 활발하게 제작되거나 배급, 상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진흥정책이 개별적인 영화/영화인에게 집중되었을 뿐, 제작, 상영, 배급 구조를 형성하고 구조화하는데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개의 영화 제작에 대한 지원, 배급을 위한 마케팅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구심점과 구조가 만들어지지 못한다면 그 노력들은 매번 단절되어 흩어져 버릴 것이다.

왜 ‘독립적인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는가? 이는 자명하다. 영화의 문화 다양성을 위한 영역은 주류 영화 산업에 기생하는, 혹은 부차적인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문화의 영역이 작동하는 방식은 영화산업의 작동 방식과 유사한 형태를 띨 수는 있겠지만 같지는 않다. 오히려 진흥정책이 문화적 영역이 무한경쟁, 이윤추구 등의 양태만을 띠지 않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비주류영화가 시장에 진입하고자 할 때에는 산업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지탱해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정책 접근은 영화산업 이외의 영화 문화적 영역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 보다 분명한 정책적 입장이 세워진 속에서 구체화될 수 있다. 한국의 영화 문화 안에서 한국영화 제작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넘어, 한국영화 제작 안에서 주류영화의 제작과 독립영화의 제작은 각각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한국영화 문화 안에서 외국의 비주류영화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정책 관점이 보다 명확하게 정리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각각의 영역의 역할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며, 다른 역할에 따른 지원정책의 의미와 방향성이 보다 분명해질 수 있다.

이 간담회 발제가 독립영화의 정책과 제작에 대한 부분이니만큼 제작에 대해서도 언급을 해야겠다. 현재의 독립영화 제작 현실은 영화는 만들어지고 있지만, 지속적인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지원정책은 존재하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독립영화 제작 환경을 만드는 데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독립영화 제작의 미래는 보다 전문적이며 안정적인 제작 구조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지원 정책은 이런 요구를 반영해야할 것이다.

현재 진흥 정책에 대해 몇 가지만 구체적으로 지적하자면, 가장 먼저 제작 지원 정책의 지향과 의미가 구조화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겠다. 앞서 언급했듯 현재의 제작 지원 정책에서 제작 지원 정책의 효과가 한국의 영화 제작 전반에서 어떤 의미이고, 상영 시장에서 어떤 부분을 차지하는지에 대한 의미가 불분명하다. 단순한 독립영화, HD 방송영화, 예술영화 제작지원을 통해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 질 기회를 만든다는 차원을 넘어, 만약 연간 40~50편의 영화를 제작지원한다면 이 영화가 해당 연도의 한국영화 제작 전반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가 정리되어야 한다. 특히 장편영화의 경우라면 기계적으로 지원할 것이 아니라 전체 한국영화 제작산업에 대한 의미, 그리고 비주류 영화가 산업과의 경쟁 속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를 적절하게 판단하면서 지원을 통해 제작될 저예산영화/독립영화의 편수가 구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독립영화 제작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제작지원금 총액의 증액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지원을 통해 제작된 영화들을 통해 독립적인 배급 구조의 틀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배급 구조의 마련을 통해 다음 영화의 제작에 소용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어야 한다. 결국 제작의 문제는 배급의 문제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구조를 위해서 지원 금액이 현실적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 단편영화도 마찬가지겠지만, 현재의 지원구조는 장편영화의 안정적 제작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50% 이하의 제작비 지원 등의 지원 방식은 영화의 배급 상영 기회가 만들어져 있지 못한, 그래서 영화 제작을 통한 수익 구조가 전혀 만들어져 있지 못한 상황에서 제작자들에게 그저 지원금 이외의 제작비 50% 이상을 부채로 남겨줄 뿐이다. 그리고 초저예산의 영화는 방송 등이 요구하는 일정한 질을 담보할 수도 없게 한다. 그렇기에 지원작의 제작비 지원 규모 역시 현실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몇 천만원짜리 영화를 어렵게 만들어서 극장에 상영하는 신기한 제작 형태가 독립영화 제작의 본연의 모습은 아니다.

또 하나 제작 매체를 지정하는 현재의 지원 제도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 독립장편영화제작지원 등 지원제도는 디지털 매체로 제작 매체를 한정하고 있다. 디지털 매체로 제작되는 영화만 지원할 때는 정책의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지원 정책이 그런 구체적인 목표 속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인지, 그 목표가 적절한 것인지는 점검될 필요가 있다. 디지털영화 제작 지원은 변화하는 미디어환경에 대응하는 정책 방향이 될 수도 있겠지만, 굳이 독립영화 지원정책이 이를 위한 테스트 베드가 될 필요는 없고 냉정하게 말하면 산업에서 소용될 자료들을 생산해 내지도 못할 것이다. 지원예산이 적어 디지털 매체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작품의 성격에 따라 제작 매체는 융통성 있게 적용되어야 한다. 게다가 현재 상영조건과 제작 조건을 고려해 볼 때 일방적인 매체의 지정은 배급에 있어 장벽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안정적 제작이 가능하고, 산업화된 시장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작 인프라 구조(독립영화 제작지원 스튜디오)의 필요성이 검토되어야 한다. 적은 예산으로도 안정적으로 질이 보장되는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그리고 배급 시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적 지원을 하고 기획 개발을 지원하며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제작 지원 인프라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제작 산업의 영역에서는 민간 제작 인프라가 확대되면서 공공영역의 역할이 축소되겠지만 비주류 영역의 경우 제작 인프라의 접근이 제한되기 때문에 공공영역은 여전히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하드웨어 인프라에다 비주류영화의 기획 개발을 지원하고 교육할 인프라, 그리고 셀프-프로듀싱으로 제작되는 영화의 프리-프로덕션 컨설팅, 프로덕션과 포스트-프로덕션을 어드바이스해 줄 수 있으며, 프로덕션과 포스트-프로덕션을 실질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인프라가 만들어진다면 독립영화 제작은 보다 전문화되는 방향으로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산업 구조 변동과 향후 전망 간담회
-  다양성 부문 발제문 (정책과 제작지원을 중심으로)

2007.0206. at 영화진흥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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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문화 다양성 확대를 위해 필요한 것은...

TRACE 2007/02/01 20:12

최근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스크린쿼터제의 축소 조정을 전제로 마이너리티쿼터 신설 등의 정책 방향을 언론에 흘리면서 스크린쿼터제와 영화문화 다양성의 관계 등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란 속의 영화문화의 다양성은 실질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지 못하고 스크린쿼터제를 축소하려는 입장과 스크린쿼터제의 무용성의 근거로 전유되고 있을 뿐이다. 실제 주장을 살펴보면 그저 다양성이 훼손되고 있고 보장되어야 한다는 립서비스일 뿐이거나, 실체도 불분명한 마이너리티쿼터제가 필요하다는 식의 제기에 멈춰버릴 뿐, 실질적인 다양성 확보 방안에 대한 진지한 접근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단언컨대 영화문화 다양성은 스크린쿼터제의 축소나 마이너리티쿼터제의 신설로 확대될 수 없다. 영화문화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몇 가지 정책에 대한 근시안적인 접근보다는 보다 근본적이고, 확대된 시선과 접근이 필요하다. 영화의 문화 다양성, 스크린쿼터제 등은 이러한 전제 속에서 다시 사고되어야 하며, 그 좌표가 다시 설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 속에서 보다 다양한 정책들이 실행될 수 있을 때, 제대로 된 문화 다양성의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정부나 정당이 실질적인 문화 다양성 정책을 고민한다면, 현재 산업 진흥 위주로 구성되어 있는 영화 진흥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장과 자본의 논리에 근거해서는 비시장적이고 반상업적인 영화 문화의 자리를 구체적으로 확보할 수 없다. 산업과 시장이 확대에 맞춰 문화 민주주의에 기반한 문화적 공공 영역을 확대할 때에야 비로소 문화 다양성의 자리는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독립영화 진영은 그간 정부의 영상정책이 문화 공공성에 기반한 정책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해 왔다. 독립영화 전용관의 설립, 영상미디어센터 및 시네마테크의 전국적인 설립 확대 등 공공적인 영상문화정책이 구체적으로 수립되고 강력하게 추진될 때, 산업과 시장의 조건 안에서는 보장되기 어려운 영화 문화의 다양성을 획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독립영화 전용관이나 영상미디어센터 등 독립영화 지원 정책의 확대만으로 영화문화의 다양성이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보장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문화 공공성의 원칙이 정부기구만이 인식해야할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한국 영화 산업 역시 문화 공공성의 원칙을 깊이 재고할 필요가 있다. 산업에 의해 생산된 영화가 사회적, 문화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닐 것인가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접근이 있을 때,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한 어처구니없는 영화들의 생산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며, 보호받아야 하고 진흥되어야할 문화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스크린쿼터제의 유지 주장 역시 지금까지의 유지근거라고 할 수 있을 한국영화 산업 보호와 진흥의 원칙만이 아니라 문화 공공성의 원칙 속에서 재위치 지우고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에야 영화 산업만을 위한 스크린쿼터제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  

문화 다양성의 획득은 말만으로는 성취될 수 없는 어려운 과제이다. 정부와 영화계는 스크린쿼터의 축소 여부에 대한 지엽적인 싸움을 위해 문화 다양성을 이용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전면적이고 구체적인 문화 다양성 정책들과 과제들을 생산하고 추진해 가야할 것이다. 그 안에서 독립영화 전용관을 비롯한 독립영화 진흥 정책을 더욱 활발히 펼쳐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작성 : 2004.09.21.
지금은 없어진 [COREA]라는 잡지에서 원고 청탁을 받고 쓴 글. 늘 하는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아마 마감에 맞추지 못해 싣지는 못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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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전용관, 독립영화의 안정적 상영/배급을 위한 전제 조건

TRACE 2007/02/01 16:32

영화제라는 이벤트를 통해 본 전용관의 필요성

지난 4월 9일 폐막한 서울여성영화제를 시작으로 영화제라고 불리는 이벤트들의 2004년 러시가 시작되었다. 4월 23일부터는 전주국제영화제가, 5월엔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와 인디포럼이 개최된다. 거의 매월 전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영화제들이 개최되어 영화관객들에게 새로운 영화들을 대거 선보이는 것이다. 영화제라는 이벤트는 상업적인 일반 극장가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에 식상한 관객들에게 새로운 영화를 선사하는 기회이다. 국제영화제들은 영화제의 의제에 맞춰 동시대의 새로운 영화들과 중요한 영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국제영화제는 상업성 없음 등의 여러 이유로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어 상영하지 못하는 많은 외국의 영화들을 관객들이 볼 수 있는 기회이며, 시장에서 쉽게 소개되지 못하는 한국 영화들을 선보이는 기회이고, 이미 공개된 영화들을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독립영화 진영에게도 영화제라는 이벤트는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상업적 극장 배급에서 소외된 독립영화들은 관객과 만나는 접점을 오래 고민해 왔고, 극장 배급의 대안적(?) 형태로 영화제라는 이벤트를 선택했다. 개별 영화의 인지도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대신 하나의 이벤트로 관객에게 다가가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여왔던 것이다. 독립/단편영화제의 숫자는 제작되는 독립영화의 수가 많아지면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주제별, 지역별 독립/단편영화제들의 확대는 더 많은 지역에서 더 많은 관객들에게 독립영화를 상영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과거보다 더 많은 영화들이 영화제를 통해 노출되고 있다. 그리고 관객들은 이런 영화제들을 통해 동시대의 독립영화들을 개괄하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독립영화에게 있어 영화제는 영화를 소개하는 일종의 배급형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독립영화제, 고비용 저효율의 축제

하지만 독립영화 진영에게 영화제라는 이벤트가 그렇게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관객들에게 독립영화를 보여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하더라도 영화제는 그야말로 일시적인 이벤트에 불과하다. 이벤트 자체로는 결코 안정적인 상영/배급 구조를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독립영화가 한 공간에서 개봉형식으로 상영되는 것보다 영화제라는 형식을 빌어서 소개할 때 더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온 경험들은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영화제라는 방식이 부적절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봉되는 주류영화들의 사례를 보더라도 단순히 상시적으로 극장에서 상영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개봉되는 개별 영화들은 제작비의 절반에 육박하는 비용을 들인 적극적인 홍보/마케팅에 의해 잠재 관객들에게 노출되어지고 그 결과로 관객을 모으는 것이라면, 개별 영화들의 홍보/마케팅이 비용 등의 문제로 불가능한 현재 독립영화 상황에서 영화제라는 아이템이 오히려 더 효율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단순 이벤트’라는 영화제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너무 강조할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개최되는 수많은 국제영화제와 독립/단편영화제들을 어떻게 활용하여 독립영화를 더 잘 소개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더 생산적인 고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독립/단편영화제들의 현실을 고려해 본다면 이런 입장은 너무나 낙관적인 전망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대기업의 후원으로 개최되는 몇 개의 단편영화제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독립/단편영화제들은 안정적인 재정 구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나마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단체사업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예산의 일부를 충당하고 있지만, 지원액이 행사 전체 예산에 턱없이 부족하다. 다른 공적 기금이나 기업의 후원/협찬을 받더라도 그 지원이란 행사를 넉넉하게 추진하는 데는 미치지 못한다. 이런 경우 부족 예산을 충당하는 방법은 대부분 인건비 삭감을 통해 채워진다. 그나마 이런 부가적인 지원을 아예 받지 못했다면, 인건비 항목은 지출 예산 항목에서 애초에 삭제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재정의 불안정은 행사 준비와 진행을 불안정하게 함은 물론이고, 안정적인 인력 구성을 애초에 불가능하게 만든다.

독립영화제니까 인건비에 대한 보상보다는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으로 행사를 준비한다고 해도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최소 예산으로 안정적인 행사를 진행할만한 공간의 부족은 행사 시기와 장소를 들쭉날쭉하게 만든다. 이렇게 고정되지 못하는 장소와 개최 시기는 관객들에게 영화제를 안정적으로 각인 시키는데 한계로 작용한다.

더 큰 문제는 영화제에 의해 선택되어 상영되는 수십 편의 영화들이 모두 관객의 관심을 받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상영될 영화들 중에서 영화제의 홍보를 위해 선택되어지는 소수의 영화들과 상영을 하며 그나마 관객에게 ‘발견’되어지는 몇 편의 영화들을 제외한 나머지 영화들은 그저 상영기회를 한두 번 가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게다가 영화제에서 ‘발견’된 영화라고 해도 처지가 그리 다르지도 않다. 영화제 이후 상영 기회가 제대로 없기 때문에 다른 영화제의 선택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화제의 긍정적인 의미들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이벤트의 의미를 안정적으로 유지 확대시킬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벤트를 통해 획득된 관심은 그 이벤트 안에서 상쇄될 뿐인 것이다.

독립영화 배급 인력 양성을 위해서도 전용관이 필요하다

독립영화를 상설적으로 상영할 수 있는 극장의 필요성은 그간 수없이 제기되어 왔다. 독립영화를 안정적으로 상영할 공간으로서도 필요하고, 독립영화를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할 영화제들을 안정적으로 진행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하며, 이벤트가 가져올 긍정적 의미들을 안정적으로 확대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독립영화 전용관이 필요한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독립영화의 배급을 안정적으로 획득해 낼 인력 양성을 위해서다. 이벤트로서 영화제는 독립영화 상영기회의 확대를 가져올지는 모르지만, 독립영화 배급 인력을 안정적으로 양성해내지 못한다. 앞서 언급한 독립영화제들의 불안정한 재정구조는 영화제의 인력의 연속성조차 담보해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상설상영관을 통한 배급 인력의 확보는 독립영화의 안정적 배급을 구성하는데 무엇보다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제작지원 위주의 독립영화 진흥 정책도 의미 있는 것이지만, 제작과 배급을 아우르는 진흥 정책으로의 전환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그런 노력은 단순히 독립영화의 DVD 제작 지원이나 몇몇 영화의 홍보/마케팅비 지원, 그리고 예술영화 전용관 지원의 형태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상설 상영관 설립은 독립영화의 진흥을 위한 상징적이고 실질적인 걸음이 될 것이다.


게재 : 컬쳐뉴스
작성 : 2004.04.20.
2004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 발행하는 컬쳐뉴스에 연재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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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정책의 새로운 방향성

TRACE 2007/02/01 16:20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지난 2004년 2월 3일, ‘2004년 영화진흥사업’을 발표하면서 2004년의 본격적인 영화진흥사업들을 시작했습니다. 2004년 영화진흥사업은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운영 ▶아트플러스 시네마 네트워크(예술영화전용관) 운영 ▶시네마테크 지원 등 영진위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사업과 공모사업으로 추진되며, 2004년의 공모사업은 국내진흥사업 25개, 해외진흥사업 4개, 학술지원사업 3개, 영화인 교육사업 5개 과정, 종합촬영소 운영 및 기술사업 2개 등 총 39개의 사업이 발표되었습니다. 사업이 예년에 비해 확대되었는데, 기존의 추진 사업들을 재조정하고 세분화하였으며, ▶방송용영화(Telefilm)제작지원 ▶예술영화마케팅지원 ▶디지털영화마케팅지원 ▶디지털장편영화 직접영사방식 상영지원 ▶DVD제작지원 ▶독립애니메이션 필름전환지원 ▶공동제작영화 제작지원과 ▶세트제작 현물지원사업 등 8개의 공모 사업이 신설되었습니다. 신규사업들을 통해 영화와 방송과의 통합성 확보와 다양한 한국영화의 배급 지원을 확대한 점은 특기할만하고, 변화하는 영화 환경에 따라 진흥정책을 조정한 것 역시 긍정적이라고 평가할만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영화진흥정책이 한국 영화 진흥을 위해 가장 적절한 형태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영화진흥정책이 영화진흥금고에 근거한 영진위의 직접 지원에 한정되어 있음이 과연 적절한가하는 점은 향후 영화진흥정책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기 위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기왕의 골격이 유지된 채, 몇몇 사업들을 조정하고 신설하는 것이 변화하는 환경을 적절하게 수용한 정책 방향인가도 검토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 제기한 영화진흥정책의 방향에 관한 문제는 뒤로 미루기로 하고 오늘은 2004년 영화진흥정책이 담고 있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현재 영화진흥정책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서는 개별 사업 하나하나를 지적하는 것보다 각종 사업들이 발의되고 진행되는 형태에 대한 검토가 선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영화진흥사업의 추진 형태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제도가 각종 지원 대상들을 거꾸로 강제할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필요한 사업들을 매년 새롭게 발굴하는 것과 지원제도를 공정하게 진행하기 위해서 개별 사업들의 추진 일정, 구체적인 지원 대상, 지원 조건 등을 구체화하는 것은 일면 타당해 보입니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 제기된 사업들이 영화제도 안에서 상호연관을 가지고 작동하기 보다는 나열된 형태로 존재하는 것과 개별 사업들이 연중 1회 내지 2회 진행되며 시기적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은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지원과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지원 대상과 조건을 사업별로 구체화하는 것도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의 정책은 지원 받고자 하는 창작물과 창작행위가 어쩔 수 없이, 세분화된 정책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제하고, 그 선택한 사업의 지원 조건에 모양새를 맞추고  기획을 사업 추진 일정에 맞추게 합니다. 이는 지원을 해주기 위한 개별 사업의 지원 대상과 조건이 역설적이게도 일종의 규제처럼 작동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공적인 지원에 있어 그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 확보의 중요성을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사업 자체의 완결성보다 지원이 필요한 대상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효과에 대한 고려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정책 수립에 있어서도 현재의 창작행위나 창작물을 견인하며 육성하는 것을 주요한 방향으로 설정할 수 있겠지만, 규정할 수 없는 창작물과 창작행위를 진흥하는 지원 정책이라면 창작자의 상상력이 필요이상으로 제어되지 않도록 자율성을 확대하는 쪽으로 개선해 가는 것이 더욱 필요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영화진흥 정책은 단순한 세분화와 사업의 신설보다 기획, 제작, 배급, 상영을 아우르는 영화제도를 관통하는, 그리고 그런 전제 아래서 좀 더 일상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재편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에야 더욱 자유로운 창작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을 것입니다.

게재 : 컬쳐뉴스
작성 : 2004. 03. 16.
2004년에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 발행하는 컬쳐뉴스에 연재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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