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심심해서 한미FTA 협정문 공부를 했다. 한미FTA와 영화산업/독립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공부한 결과 한미FTA와 영화정책과 관련해서 주목해야할 부분은 일단 세군데. 첫째 이미 축소되고 더이상 늘어날 수 없게 되어버린 스크린쿼터가 규정된 투자/서비스 분야 현재유보 부문, 둘째 보조금 부분, 셋째 영화가 포함된 투자/서비스분야 미래유보 부분. 이 삼각지를 놓고 어떻게 해석할지를 고민하고,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여기에 더하자면 전자상거래와 저작권 부문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고, 포괄적으로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보상 문제나,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 제도나, 비위반 제소 등이 미칠 영향에 대한 검토가 추가될 수 있겠다.
(한미FTA가 한국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별도로 정리해야하는데 아직 스스로도 다 정리되진 않았다. 내가 경제학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독학으로도 모든 걸 깨우칠 정도로 똑똑하지도 못해 정리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 일단 이 글에서는 이정도로 내 접근의 방식 정도만 공개할 수밖에 없겠다.)
솔직히 협정문 찾아서 읽기 싫어서(잘 이해 못할 것이 뻔해서) 누가 "한미FTA와 영화"라는 주제의 글을 쓴 적이 없는지 찾아봤다. 2006~7년 협정을 위한 협상을 하겠다고 한 당시 스크린쿼터를 선결조건으로 내줄 때에 나온 글은 많았지만, 협상이 종료되고 발효를 앞둔 지금 한미FTA가 한국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텍스트는 없었다.
심지어 영화진흥위원회 조차 한미FTA 발효가 한국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아주 간단한 리포트도 제출하지 않았다. 매우 유감스럽다. 영화진흥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기관이 이렇게 논쟁이 되고 있는 한미FTA에 대해 어떤 리포트도 제출하지 않을 수 있나? 이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말로만 '한미FTA, 한미FTA' 할 게 아니라, 실제로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검토해보고 대비해야 마땅한 게 아닐까? 스크린쿼터가 축소되었다고 한미FTA와 영화 문제가 다 종료된 것은 아니다. 발효가 된다면, 무효화 투쟁과는 다른 측면에서 한미FTA에 대한 영화계의 대응이 필요하다. 스크린쿼터가 아닌 다른 문제도 분명 존재할텐데, 이걸 드러내면서 무효화 투쟁으로 갈 필요도 있지 않을까. 독립영화도 마찬가지. 민중의 삶도 중요하지만, 영화 정책도 중요하다.
정말 한미FTA가 한국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은 걸까? 그래서 이토록 조용한 걸까?
오늘 [사물의 비밀]의 감독이자 제작자인 이영미 감독과 [량강도 아이들]의 제작사 김동현 대표가 함께 기자회견을 했단다.
기자회견 제목은 "벼랑 끝에 선 독립자본 영화제작자들".
기자화견에서 나왔을 듯한 이야기가 솔직히 새삼스럽지는 않다. 올해만 해도 여름 개봉작 [소중한 날의 꿈]이 이와 유사한 일을 당했고, 2009년엔 [집행자]와 [하늘과 바다]의 제작사와 출연진이 유사한 문제를 제기했다. 저예산영화, 독립영화 등이 시장 지배적 멀티플렉스 사업자들로 부터 외면 받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알고 보면 이런 일은 1년 내내 벌어진다. 개봉하는 독립영화/저예산영화는 모두 이런 일을 당한다. 정상적으로 볼 수 없는 일들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양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주 가끔 독립영화 보다 더 많은 제작비와 홍보비를 들였으나 역시나 같은 불이익을 당한 영화의 제작자들이 문제를 제기할 뿐, 너무나 당연한 듯 독립영화는 스크린을 공유한다. (절대로 아름다운 공유 정신의 실천은 아닐텐데도 말이다.)
그런데도, 영화진흥을 책임져야할 영화진흥위원회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 심하게 말하면 도대체 뭘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고민을 하실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2001년 이른바 '와라나고' 사태 이후 제도화된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 독립영화전용관 지원 사업 말고는 뚜렷한 상영 시장 공정 경쟁을 위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해는 한다. 강제적인 규제 조항(법)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영진위가 시장을 제어할 어떤 권력이 있는 것도 아닐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그냥 놓고 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 뭐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먼저,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활동은 아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현재 한국영화 시장을 제대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영화 시장은 "(독)과점 질서가 안착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독)과점 질서가 안착화 되면 질서 내의 플레이어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영위할 자리가 허락되지만, 질서 밖의 플레이어들에게는 넘기힘든 장벽이 생겨버린다. 너무나도 가혹한 장벽 말이다. [사물의 비밀] 등이 겪은 문제는 이 영화의 제작/배급사가 안착된 (독)과점 질서 밖에 있는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인 셈이다.
영진위는 "공정경쟁환경조성특별위원회"를 꾸렸다면, 영화인들이 불공정 행위를 신고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불이익을 받을 게 뻔한데 누가 알아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나? 특위를 꾸렸다면 현재 시장이 어떤지, 공정경쟁 환경이 갖춰져 있는지 조사부터 해야한다. 시장의 경쟁 환경이 어떠한가를 명확하게 규정한다면, 그 때 그 판단에 따라 필요한 정책들을 생산하고 집행하면 된다.
정말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공정경쟁환경조성특별위원회에서 '영화시장 공정지수'를 개발하든지, 영화문화다양성을위한 소위원회에서 '상영시장 다양성 지표'를 개발하든지 해서 매시기 '영화 시장이 공정한가 아니한가' 혹은 '다양성이 보장되는가 아니한가'를 공개하여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역할이라도 해야할 것이다. 이것도 엄연한 일이다. (생각해보면 매우 기초적이고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오늘 기자회견에서 정확하게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 수는 없지만, 기사를 통해 보면 영화 개봉 하루 전에야 계약서가 오가고, 그 전에는 정확한 개봉 스크린 수와 개봉 일수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오늘 기자회견을 한 사람들이 영진위 해당 특위에 신고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이번 사안에 대해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조사를 해서 결과를 발표해야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하다못해 계약서를 사전에 작성하지 않는 것은 누구를 위한 관행인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대안을 못만들어도 좋으니 현실을 제대로 조사라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판단부터 먼저 하자. 말로만 떠는 것보다는 생각보다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영진위에 CJ 등 대기업 독과점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주장이 많은데, 영진위가 그럴 힘이 있는지는 둘째치고 그럴 의지가 있는지 솔직히 의문이다.
영진위와 CJ의 관계는 영화아카데미 장편영화를 어떻게 배급하는가와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에서 무비꼴라쥬를 어떻게 대우하는가를 보면 답이 절반은 나온다. 산업 분야야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쳐도, 영화 문화 다양성 분야는 정책적 접근이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영진위는 이 부분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 이것만 봐도 절대 영진위는 독과점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지 않을 것 같다.
영진위가 (독)과점적 대기업을 어떻게 대하는가와는 다른 문제지만, CJ와 영진위 영화 아카데미의 문제는 시간이 되면 조금 더 긴 메모로 정리해보고 싶다.
내 접근의 고리를 조금만 공개하면 "영진위/영화아카데미 - CJ/필라멘트/무비꼴라쥬 -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CJ문화재단"로 이어이는 삼각형 안에 단초가 있다고 본다. 독립영화의 입장에서 대기업을 봐서는 답이 잘 안나오지만, 대기업의 입장에서 인디펜던트를 어떻게 사고하는 것이 유리한가를 생각해보면, 조금씩 답이 보일 것이다.
최근 몇년간의 한국영화 제작 산업의 수익율 악화 등으로 인한 한국영화 산업 위기론이 대두되었고, 이에 대한 민간 차원의 대책과 영화진흥정책을 입안 수행하는 정부 차원의 대책들이 여러가지로 제안되고 토론되고 있습니다.
2008년 새 정부가 들어서고, 같은 해 영화진흥정책을 입안, 집행하는 영화진흥위원회 역시 새 위원장과 위원이 선임, 구성되었기 때문에 한국영화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기 위한 정책 방안들이 보다 새롭게 제출되고 토론될 것입니다.
지난 해 부터 이런 저런 토론회 자리나 대응책들을 토론하는 회의자리에 조금씩 참석하기도 했고, 많은 이야기들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한국 영화산업의 위기에 대해 이런 저런 고민들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현재 한국영화 산업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제안되고 집행되는 민간 혹은 정부 차원의 대책은 대체로 이런 것입니다.
먼저 민간 차원에서는 최근 몇년간 상승한 순제작비를 보다 효율적으로 입안 집행하자는 제작예산 합리화가 토론되고 추진되고 있으며, 과도한 P&A 비용 등으로 인한 총제작비 상승 역시도 제작 예산 합리화에 맞춰 보다 효율적인 방향으로 축소 집행하자는 합의가 도출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상영관 수익에 비해 DVD/비디오 등 이른 바 부가판권 시장이 붕괴되었기 때문에 이 부가판권 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민간과 정부 차원의 대책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영화 저작권 보호를 위한 캠페인과 이른바 불법 콘텐츠에 대한 법적 물리적 대응이 집행되고 있으며, 불법 콘텐츠를 대신할 수 있는 합법적 콘텐츠 제공을 위한 서비스 역시 여러가지로 시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 정책 차원에서는 한국영화 제작산업 수익율 붕괴가 코스닥 상장 열풍 등으로 인한 과도한 제작 편수 증가와 이에 수반한 콘텐츠의 질적 하락에도 있지만, 몇 개의 메이저 펀드가 주도하는 투자현실에도 큰 원인이 있다고 판단, 영화 제작자의 보다 안정적인 기획 개발과 저작권 보호를 위한 중대형 펀드의 조성 등이 토론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많은 정책 대안들이 토론되고 있겠습니다만, 4기 영화진흥위원회는 현재의 위기 상황의 원인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보다 다른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는 듯 합니다. 물론 부가판권 시장의 정상화와 확대, 제작 산업의 효율화와 안정성 구축 등 이전 정책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정책 책임단위는 위기의 원인을 이전 정책 담당자들과는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정책들이 비슷한 정책들이라 하더라도 다른 모양새로 드러나게 될 듯 합니다.
아직 4기 영화진흥위원회의 정책 방향이 제출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불가능하겠습니다만, 이전 위원회가 시행한 정책 방향에 대한 아쉬움과 새 위원회의 정책에서 고려되어야할 것들을 몇가지만 나열해 보려고 합니다.
한국영화 위기극복을 위한 영화진흥정책은 다음 세대를 위한 영화진흥정책이 되어야 한다.
먼저 한국영화 위기극복을 위한 정책의 기조는 현재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아니라, 한국 영화의 다음 세대를 위한 진흥 정책이 되어야 합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30대 이상의 현재 영화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을 위한 정책이라기 보다 10대, 20대 중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어야 합니다.
조금 부연하자면, 단순히 영화 산업의 경기 부양을 위한 단기적인 처방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시장점유율 확대', '수익성 강화', '제작 합리화' 등 산업 중심의 사고나, '산업 진흥', '다양성 확보' 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야 가능합니다.
현재 한국영화 산업의 위기는 수익율 악화로 인해 투자가 되지 않는, 그래서 제작 편수가 줄어드는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현재 한국영화 산업의 위기는 한국영화의 미래가 다음 세대가 자신의 영화를 만들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있습니다.
한국영화 제작 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합리화되었을 경우 1년의 적정한 제작편수가 60편 내외라면 그래서 산업 영화 60편만 만들어지는 세상이 된다면, 영화 제작은 선택받은 소수만이 참여가능한 것이 되어버립니다. 시장에서 성공한 승자만이 다음 영화의 제작 기회가 보장되는 승자독식의 구조가 안착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영화 산업의 제작 편수가 100편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산업이 만들어내는 영화가 60편이 적정하다면, 산업 밖에서 더 다양한 영화(독립영화)들이 만들어 질 수 있어야 합니다. 독립영화를 만든 사람들 중 일부는 다시 산업 내로 들어가 산업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독립영화를 지속하며, 영화 문화를 다양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낼 수도 있습니다.
독립영화는 단순히 영화문화의 다양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영화 제작의 높은 장벽을 뛰어넘지 않더라도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산업 밖의 독립적 영화 제작-배급 시스템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엥, 독립영화전용관이 지금까지 없었어?"라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CJ-CGV가 CGV에만 있다고 열심히 홍보하고 운영하는 [CGV 인디엉화관]도 있고, <우리학교> 등 한국 독립영화들을 열심히 상영해온 [하이퍼텍 나다]나 일본 인디영화 등을 열심히 상영하는 [스폰지 하우스], [씨네큐브 광화문] 같은 극장도 있었는데, 그 영화관하고 다른 건가하고 혹시나 고민에 빠지실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게다가 몇개월 전에는 롯데시네마가 건대입구관에 시네스튜디오라는 독립영화 전문상영관을 만들었다고 기사가 나기까지 했는데, 드디어 독립영화전용관이 만들어진다니 좀 이상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드디어 독립영화전용관이 만들어집니다. 드디어 만들어지는 독립영화전용관은 기존의 [인디영화관], [예술영화전용관] 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개되지 못했던 수많은 한국산 독립영화들을 상영하게 될 '본격적인 의미의' 독립영화전용관이며, 영화진흥위원회가 공간을 임대하고,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위탁받아 운영하게 됩니다.
이 독립영화전용관은 별 이변이 없는 한 서울 명동성당 부근 중앙시네마 내에 설립될 예정입니다. 중앙시네마의 1개 스크린을 임대하여, 아담하게 시작됩니다. 160석짜리 1개 스크린이 운영되며, 아주 작은 규모의 독립영화 라이브러리(DVD/VHS 등을 통해 보기힘든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감상실)이 함께 운영될 예정입니다.
본격적인 사업 발표가 있기 전, 이 역사적인 독립영화전용관의 설립을 맞아 영화관의 이름을 공모하고 있습니다. 많은 독립영화인들의 염원이었던, 그리고 앞으로 독립영화인들과 관객들의 커뮤니티의 장이 될 독립영화전용관에 멋진 이름을 지어주시길 바랍니다. 선정되신 분 한분께는 독립영화전용관 1년 무료입장권을 드린다고 합니다. 멋지네요!! 독립영화전용관 이름 공모의 자세한 내용은 아래 첨부합니다.
❝독립영화전용관❞의 이름을 찾아주세요!
○ 공모 일정 : 2007년 6월 20일(수) ~ 6월 29일(금)
○ 참여 방법 이메일 제목에 [독립영화전용관 이름 공모]를 표기 한 후 본문에 전용관 이름과 간단한 설명을 적어 메일로 보내면 됨(전화번호 기재 요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