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진흥정책'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7/05/10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 돌파구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2. 2007/02/14 1999~2006 영화문화다양성정책에 대한 평가: 정책과 제작을 중심으로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 돌파구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TRACE 2007/05/10 13:54
시작하며

오늘 발표할 이 오픈 토크 발제글을 쓰기 위해, 2007년 전주국제영화제 가이드북을 뒤적이다가 문득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가 너무 많은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개월 전 과거 여당이었던 어느 당의 한 국회의원은 이른바 ‘예술영화관’이 많이 만들어져도 공급할 콘텐츠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사실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다양한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 (독립)영화인들의 노력과, 이러한 노력의 요구에 따른 제작지원 정책 등으로 인해 상당한 수의 저예산/독립영화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만 하더라도 [한국영화의 흐름] 섹션과 [HD영화 특별전]에는 개막작품인 <오프로드>를 포함해 거의 15편에 이르는 저예산/독립영화들이 상영이 됩니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영화제 등을 통해 공개된 작품들의 전부가 아니므로, 2006년 하반기에 열렸던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의 상영작들에다 전주국제영화제 이후 개최될 인디포럼2007에 상영될 작품들을 고려해 보면 작년 하반기 이후 만들어진 저예산/독립영화만 해도 20~25편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개봉한 몇 편의 영화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영화들이 2007년 개봉 상영을 준비하겠지요.

그러나 앞서 언급한 최근작들만 2007년 개봉 상영을 준비하는 것은 아닙니다. 2006년 상반기 이전에 제작되었던 많은 영화들도 개봉을 하지 못해 올해 개봉을 추진하고 있으며, 훨씬 이전에 제작된 영화의 경우에도 여전히 개봉 상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저예산/독립영화가 겨냥하는 시장을 통해 공개되어지는 영화들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 인정을 받는 영화들은 아니지만, 케이블/위성 방송 PP들이 제작하는 저예산영화도 있으며, 새롭게 영화업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선보이는 저예산 프로젝트들도 있습니다. 이런 저런 경우들을 통해 제작되어질 작품들을 추정해 보면, 꽤나 상당한 숫자의 영화가 저예산/독립영화의 시장을 두고 경쟁하게 될 것 같습니다.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 제작 증가에 대한 불안

다양한 영화가 제작되어야 하기 때문에 제작지원 정책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독립영화 진영의 활동가가 ‘영화가 너무 많은 것은 아닌가?’라고 질문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닌가? 그게 무슨 문제인가?’라고 반문하실 분들도 있으시겠지요. 물론 자본이 허락하지 않는 다양한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들 때문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늘어나는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들의 제작 편수를 감당할 만큼 상영관들이 안정적으로 보장될 것인가 하는 것이고, 두 번째 이유는 제작 편수의 증가만큼 관객이 증가할 것인가라는 것입니다.

영화가 만들어져도 영화를 상영할 극장이 없다면, 관객들을 만날 기회는 원천적으로 봉쇄당하겠지요. 이건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러나 상영을 한다고 해서 매번 일정한 관객 수가 보장되지 못한다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어렵사리 개봉을 해도, 많은 관객들을 만나지 못한다면, 그냥 개봉 자체가 의의가 되고 마는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극장에서 많은 관객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여러 부정적인 결과를 연쇄적으로 낳습니다. 극장 수익이 적을뿐더러, 관객이 많이 들지 않은 영화는 이른바 부가판권(DVD 판권, TV 방영권 등)도 팔리지 않습니다. 더 이상 수익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지요.

이것보다 더 부정적인 것은 관객을 만나지 못하는 영화가 한 편, 두 편 쌓여가면서 이 부류의 영화들에 대해 ‘재미가 없다’라는 등의 부정적 인식이 두껍게 쌓여간다는 것입니다. 이런 결과들은 안정적으로 저예산/독립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애당초 만들지 못하게 합니다. 늘어나는 공급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내지 못하면 자연스레 경제적으로는 공황을 맞게 됩니다. 2006년 한국영화제작산업의 수익률 악화는 바로 ‘과잉공급’ 때문이었습니다. 여태껏 수익률이라는 고민을 시작도 해보지 못한 저예산/독립영화 제작에 있어서 일정한 규모를 갖춘 영화들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영화의 순환구조가 만들어지지 못하는 것이지요.

다행히 오늘 오픈 토크에서 다루는 것처럼 2006년 다큐멘터리영화 <사이에서>, <비상>과 독립장편영화 <후회하지 않아> 등의 영화가 시장에서 일정한 규모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고, 적은 숫자이지만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기에 꽤나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이제 문제는 이런 몇 편의 성공 케이스들을 어떻게 더 많은 영화에게로 확대하느냐가 되어야 합니다. 몇 편의 성공 케이스를 통해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의 시장 연착륙을 위한 조건들을 찾아보자는 것이 바로 이 오픈 토크의 목적이니까요. 하지만 2007년 한국의 영화 시장은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에 비해 닥쳐온 위기 상황이 너무 압도적으로 보입니다. 2007년 이후 다가올 위기 상황에 대해서는 좀 더 뒤에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먼저 어떻게 해야 2006년의 성공 사례들을 보다 많은 영화들에게 확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의 시장 연착륙을 위한 필요조건들 1
 : 보다 다양한 상영 공간

오늘 처음 들으시는 분이 혹시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의 시장 연착륙을 위해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이 영화들을 상영할 보다 다양한 공간(영화관 등)과 기회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에 영화 스크린이 1800개나 된다는데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 내야한다는 것이 무슨 소리인가 의아해 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1800개라는 스크린 수 때문에 영화관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텐데요. 사실 스크린 수는 영화관의 수와는 다른 것입니다. 과거보다 스크린 수는 늘었지만, 영화관 수는 줄었다고 하는 것이 보다 적절한 표현입니다. 과거보다 늘어난 스크린 수와 줄어든 영화관 수는 하나의 영화관에 많은 스크린이 있는 멀티플렉스가 늘어났다는 말이자, 과거 대표적인 영화관 형태였던 단관 극장들이 대거 문을 닫았다는 말입니다. 흔한 표현으로 멀티플렉스가 대한민국 영화 상영환경의 주류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천영세 의원의 법안처럼 1800개나 되는 멀티플렉스 내에 일정한 수만큼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스크린을 확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2006년 저예산/독립영화의 성공 뒤에는 CGV 인디영화관이 존재했고, 이를 미뤄보건데 멀티플렉스 스크린은 새로운 관객들을 만들어내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CGV 인디영화관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것인지, 최근에는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도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 특화된 기획이나 스크린을 앞 다투어 내놓고 있습니다. 아직 전국 10개 스크린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멀티플렉스 내에 일정한 수의 스크린을 확보한다면, 상영할 공간과 기회를 갖지 못한 영화들에게 일정하게 기회가 열리겠지요.

하지만, 멀티플렉스 스크린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진 못합니다. 그것은 멀티플렉스라는 극장의 특성 때문입니다. 멀티플렉스는 애초부터 ‘유연화된 상영환경’을 위해 고안된 영화관입니다. 여기서 말한 ‘유연화된 상영환경/상영의 유연성 확대’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차상영, 조기 종영 등은 바로 상영환경이 유연화 되면서 나타난 현상입니다. 단관 극장이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유연화된 상영은 멀티플렉스에게는 보다 강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저예산/독립영화의 경우 유연화된 상영보다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상영이 보다 적합하기 때문에 멀티플렉스 이외의 영화 상영 공간이 다양하게, 더 많이 필요합니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자면, 저예산/독립영화의 상영에 최적회된 혹은 특성화된 상영 공간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의 시장 연착륙을 위한 필요조건들 2
 : 전문화된 배급/마케팅 인력

상영공간이 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습니다. 영화가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고, 이 영화를 전문적으로 공급하고, 관객들에게 소개할 주체/인력들이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예산/독립영화의 배급과 마케팅은 주류 영화산업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고 합니다. 당연히 달라야 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 주류 영화의 배급과 마케팅 방식은 시쳇말로 물량공세였습니다. 저예산/독립영화 몇 편의 제작비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하며, 영화를 알리고 공급합니다. 당연히 저예산/독립영화는 이 방법을 따라할 수 없습니다. 제작비 두 배 이상의 비용을 들여도 별로 티가 나지 않을 테니까요. (물론 투입할 돈도 없겠지만요) 다른 방식의 배급과 마케팅이 필요할 텐데, 이런 다른 방식의 배급과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인력이 그다지 흔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독립영화 배급사에서 한분이 나와 계시지만, 사실 한국에 전문적인 저예산/독립영화의 배급사는 매우 귀합니다. 제작되는 편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입니다. 게다가 풍부한 경험이 쌓여있는 사람은 정말 소수에 불과합니다.

영화를 만들어서 공급하고 알리려면 이런 인력들이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할 텐데, 이런 구조를 만들어내진 못했습니다. 앞으로 만들어가야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이런 인력들조차 쉽게, 지원 없이 만들어지지 못하는 허약한 구조라는 것입니다. 다행히 공공적인 마케팅 지원 사업이 있어, 최소한이나마 지원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저예산/독립영화의 안정적인 배급을 위해서는 배급 주체를 보다 직접적으로 지원해야할 필요도 있습니다.

배급 주체를 직접적으로 지원해야할 이유는 주류영화와는 다른 배급과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 1~2년간 매체들을 통해 거대 배급사, 거대 메이저, 수직계열화의 문제 등에 대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과거보다 지금은 배급의 역할이 더욱 중요합니다. 배급은 단순히 영화를 소매업에게 연결시켜주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역할은 영화의 성공적인 자금조달 등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배급은 규모와 라인업의 싸움입니다. 영화 한 편, 한 편의 배급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집단화된 배급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배급할 영화의 규모, 마케팅에 투입할 예산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한 편의 영화보다는 보다 많은 수의 영화도 매우 중요합니다. 많은 수의 영화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때 배급 주체는 상영 주체에 대해 상당한 교섭력을 가질 수 있으며, 배급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과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교섭력을 가진, 차별화된 배급과 마케팅의 전문성을 가진 주체들이 있어야 배급이 활성화되고, 덩달아 상영도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주체들은 보다 독립적인 주체들이 되어야 합니다. 기존 메이저 배급사가 저예산/독립영화의 배급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지 않느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후회하지 않아>와 <사이에서>를 배급한 CJ엔터테인먼트 같은 저예산/독립영화에 관심을 가진 메이저 배급사가 배급을 하면 보다 힘 있게 배급될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워너인디펜던트, 폭스서치라이트, 소니클래식스 같은 메이저의 인디배급 레이블을 통해 배급되고 있으므로 한국에서도 ‘CJ-인디펜던트’, ‘인디-쇼박스’, ‘롯데 클래식-시네마’ 같은 메이저 배급사의 인디펜던트 레이블을 만들어서 저예산/독립영화 배급을 확대시키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메이저 배급사의 경우, 정말 다양한 영화를 배급하기가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미 미국에서 메이저 배급사가 인디펜던트 배급 레이블을 인수 합병한 이후 반사회적으로 보이는 영화의 배급을 거절한 사례는 많이 있습니다. 메이저 배급사의 인디펜던트 레이블이 다루는 영화의 성격은 제한될 수밖에 없고, 메이저 이외의 배급 주체가 없다면, 메이저 배급사가 선택하지 않는 영화들은 배급의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면, 메이저 배급사의 인디펜던트 레이블이 선택할 것 같은 영화만 만드는 왜곡된 제작 경향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보다 다양한 영화의 배급과 상영을 위해서는 독립적인 저예산/독립영화의 배급 주체를 다양하게 만들어 내야 하는 것입니다.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의 시장 연착륙을 위한 필요조건들 3
 : 영화 자체의 경쟁력

그리고 관객들을 끌어올 수 있는, 주류 영화들의 경쟁에서 차별화되어 경쟁할 수 있는 영화들을 만들어야 하겠지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처럼 보여 일단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습니다. 경쟁력 있는 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관객들에게 소구가 분명한 콘셉트의 영화만을 강조해서는 곤란하겠지요.


그렇다면,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의 배급과 상영은 활성화될까?
 : 2006년 이후의 상황

다양한 상영 공간, 전문화되고 독립된 배급/마케팅 주체, 그리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영화만 준비가 되면,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 배급은 활성화되고, 행복해 질 수 있을까요? 뭐 물론 그렇겠지요. 하지만 2006년 이후 변화된 영화 환경은 이런 조건들을 일부 갖춘다고 해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 배급과 상영에는 한국 주류영화 외의 강력한 경쟁자가 있습니다. 이른바 외국산 예술영화와 인디영화라고 부르는 영화들입니다. 각종 국제영화제의 수상작들, 외국의 유명한 감독들의 신작들, 그리고 소위 일본 인디영화라고 부르는 영화들이 바로 한국산 저예산영화/독립영화가 시장을 두고 경쟁해야할 대상들입니다.

‘아니, 왜 경쟁을 해야 해? 공생을 해야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역시 계시겠지요. 맞습니다. 경쟁보다는 공생을 해야겠지요. 공생이 아니라 서로 상생을 해야겠지요.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 게다가 신자유주의 아래의 시장 상황, 그리고 저예산/독립영화의 배급, 상영 구조가 구축되어 있지 못한 상황에서는 상생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먼저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는 외국산 예술영화, 인디영화에 비해 경쟁력이 매우 낮습니다. 흔히 일본 인디영화라고 부르는 영화들의 제작비는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의 제작비보다 높습니다. 일본의 인디영화는 한국의 독립영화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영화입니다. 일본에서 인디펜던트는 도호, 도에이, 쇼치쿠 같은 메이저 영화사가 제작하지 않는 영화들을 통칭해서 부르는 이름입니다. 한국의 독립영화 정도의 영화라면 자주영화라고 부릅니다. (물론 자주영화도 영역하면 인디펜던트 시네마이긴 합니다.) 일본 인디영화의 제작비는 (정확한 통계치는 모르겠습니다만) 최소 1~2억 엔을 상회합니다. 한국에 수입되는 인디영화라 부르는 영화들의 제작비는 2억 엔을 초과할 것이라고 추측합니다만, 1억 엔이라고 해도 원화로 환산하면, 7억8천만 원이 넘습니다. 뭐 물론 물가도 계산을 해봐야겠습니다만, 몇 천만 원도 어렵게 마련하는 한국산 독립영화와 5억 원을 넘기지 못하는 한국산 저예산영화와 비교하면 매우 큰 예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미국 인디영화도 마찬가지지요. 500만 달러 정도의 제작비를 들인 인디영화라고 하면, 46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간 셈입니다. 뭐 한국 주류영화의 제작비보다 많은 것이죠.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는 바로 이런 영화들이랑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수입되는 외국영화들 중 호락호락한 영화도 있겠지만, 성공하는 영화들은 대부분 감독 등이 쟁쟁한 영화들입니다. 같은 인디펜던트라고 해도 짐 자무시 감독과 안슬기 감독은 매우 다르지요.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의 한국 시장에서의 경쟁자는 바로 이런 영화들입니다. 이런 영화들이 최대 2억 원, 최소 1천만 원을 주고 수입되어 들어옵니다.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보다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자랑하는 영화들이지요.

2006년부터 이런 외국산 예술영화와 인디영화의 수입이 보다 확대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본 영화의 경우 예년에 비해 몇 배는 될 만큼 수입이 되고 있고, 외국산 예술영화의 경우도 수입이 늘고 있습니다.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의 제작편수는 증가하는데, 별로 늘어나지 않는 상영관을 두고 늘어난 외국산 예술영화/인디영화와 상영관을 확보하기 위해, 상영 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해야하는 것입니다.

사실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경쟁이기도 합니다. 한국산 주류영화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든, 유럽산, 일본산 블록버스터든 간에는 명분싸움이라도 하겠지만, 외국산 예술영화나 인디영화랑 시장을 두고 경쟁한다면, 그런 명분을 내세우기가 민망해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연대를 해야겠지만, 상생을 해야겠지만 제한된 기회와 재화는 자연스레 경쟁을 유발합니다. 그나마 스크린쿼터제가 146일이 있었던 시절이라면, 제도적으로 일정한 상영 기회가 보장될 수 있을 텐데, 한미FTA 협상을 위해 이마저도 줄어들어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는 든든한 제도적 장치의 혜택도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어떻게 극복해 낼 것인가? 2006년 이후 변화된 상영 제도의 문제들을 더불어 고민해야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의 배급, 상영 활성화를 위한 대안이 보다 제대로 토론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며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의 배급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쩌면 영화관 이외의 다른 배급 창구를 시급하게 개발하여야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나마도 이미 죽어버린 DVD 시장도 아쉽고, 저예산/독립영화를 외면하는 지상파 방송, 케이블/위성 방송도 야속해 지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 비극장, DVD, 온라인, 지상파 방송, 케이블/위성 방송, 그리고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뉴미디어와 관련된 고민들까지 함께 해야만, 한국산 저예산/독립영화의 배급 활성화에 대한 고민이 보다 진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후에는 상영 시장에만 얽매이지 않는 저예산/독립영화의 배급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토론하기를 기대합니다.


제8회 전주국제영화제 인더스트리 컨퍼런스 오픈 토크 : 한국 저예산/독립영화의 배급과 개봉

매년 다양한 지원 제도 등에 의해 많은 저예산/독립영화들이 제작되지만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는 영화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이런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2006년 한 해 동안 <내 청춘에게 고함>(2006), <사이에서>(2006), <비상〉 (2006), <후회하지 않아>(2006), <여름이 가기 전에>(2005), <포도나무를 베어라>(2006) 등이 개봉되어 관객과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오픈 토크에서는 이 영화들의 흥행성적과 마케팅 전략을 통해 한국 저예산/독립영화 시장의 현재를 살펴보고 더 많은 저예산/독립영화가 극장 개봉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일시 2007.5.1(화) 16:00
장소 메가박스8관
참가 곽용수(인디스토리 대표), 김보연(영화진흥위원회 국내진흥2팀 아트플러스 담당), 민병훈(감독),
       원승환(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조홍석(프로그램팀 인디영화파트)

 

Trackback 0 : Comment 0

1999~2006 영화문화다양성정책에 대한 평가: 정책과 제작을 중심으로

TRACE 2007/02/14 16:00

매년 그렇게 느끼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한국 영화계의 2006년은 참 다사다난했다. 하지만 2006년에 일어난 일들은 예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이 새롭게 발생한 것이라기보다 90년대 후반부터 지속된 일련의 일들이 2006년에 와서 중대한 변화를 맞았다거나, 구체적으로 이슈화되었다거나, 문제의 바닥이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2006년 한국영화계의 주요한 이슈들을 돌아보는 것은 (이 간담회가 다루고 있기도 한) 1999년부터 2006년까지의 영화계 이슈들을 일별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
006년 한국영화계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노무현 정부의 일방적인 스크린쿼터제의 축소 결정이었다. 멀게는 70년대 말부터 구체적으로는 80년대 중반 한국경제의 시장개방이 본격화되던 시절부터 미국 영화산업이 요구해 왔던 ‘스크린쿼터제의 폐지 혹은 축소’는 90년대 후반 김대중 정부의 한미투자협정 체결 시도로 다시 재 점화되었다가 영화인들의 축소 반대 투쟁으로 잠시 잠잠해졌었다. 그랬다가 2006년 1월 초 한미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위한 선결 조건의 하나가 되어 기습적으로 축소되었다. 2006년은 스크린쿼터제의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영화인들의 투쟁이 가열차게 진행되었던 한 해였다.

그러나 스크린쿼터제에 대한 긍정적 시선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었다. 최근 2~3년 사이 스크린쿼터제는 한국영화의 다양성의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하여 ‘한국산 독립영화(와 저예산영화)’나 이른바 ‘(수입) 예술영화’가 국내 상영시장에서 소외되는 문제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냐는 논란에 발목을 잡혔다. 이 논란이 스크린쿼터제와 한국 영화 시장의 다양성 문제를 적절하게 연관시켰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할 수 있겠지만, 스크린쿼터제의 논란을 별도로 하더라도 한국 영화의 다양성 문제, 그리고 한국 영화 상영 시장의 다양성 문제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제기된 이슈였다. 이 다양성 문제는 2006년 여름, 영화 <괴물>의 스크린독과점 논란으로 이어지며 보다 영화산업의 독점화에 대한 우려로 전환되기도 했다. 스크린독과점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입장은 여러 가지였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 역시 다양하게 개진되었다. 충분하게 논의가 진행되었는가는 별도로 평가해야겠지만, 스크린독과점 문제를 넘어 멀티플렉스라는 상영공간이 가지는 문제와 한계가 표면화된 것과 영화산업의 수직계열화 상황을 통해 한국영화산업의 독과점 문제가 제기된 것은 다양성 문제의 논의가 진전된 것으로 평가할만 하다.

한국영화 산업에 대한 문제제기가 수직계열화를 통한 독점화, 이로 인한 양극화 이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역시 최근 몇 년 동안 제기되어왔던 영화 제작 스태프의 노동권 확보 요구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의 설립으로 이어지고,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함께 단체교섭을 진행한 것도 2006년 한국영화계의 중요한 이슈였다.

그리고 2006년 2월 1일 시행된 ‘영파라치’ 제도로 본격적으로 점화된 불법 다운로드 문제도 빼놓을 수 없겠다. 비디오산업(DVD 산업)을 그저 부가시장으로만 바라보던 제작자들이 비디오시장이 축소되고 이를 대체할 DVD 시장이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하자, 부가시장의 붕괴와 이를 통한 한국영화 산업 축소 문제가 제기되었고, 온라인 저작권 등을 보호하기 위한 저작권법 개정이라는 구체적 쟁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부가시장 붕괴 논란은 한국영화의 수익률 저하 문제와 맞물리기도 했다. 2006년 한국영화 제작산업은 연간 제작 편수가 100편을 넘는 근래에 보기 드문 활황을 이룬듯했지만,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어 신규투자가 급감하자 영화산업의 위기론으로 극적 전화가 이뤄졌다. 여기에다 한국영화의 해외 수출 급격히 감소하고, 앞서 언급한 부가시장 붕괴가 덧붙여지면서 한국영화산업이 총체적인 위기를 맞았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2002년 CJ엔터테인먼트와 시네마서비스의 상장으로 시작된 영화산업의 상장열풍이 자본 확대를 통해 제작 활성화와 산업 활성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과잉 공급으로 인한 급격한 불황을 불러오고 만 것이다. 마이너스 수익률은 마케팅비와 제작비의 과잉논란과 함께 제작합리화라는 과제로 수렴되기도 했다.

이밖에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으로 인한 D-Cinema 도입도 2006년 한국영화계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이 간담회에서 다루는 주제가 산업 부문이 아니라 문화 다양성 부문임에도 불구하고 산업 전반의 문제를 길게 나열한 것은 문화 다양성 부문이라고 부르는 영역이 산업의 영역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두들 아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 되겠지만, 영화는 다른 산업과 매우 다른 성격을 지닌 독특한 성격의 산업이다. 영화 산업의 생산품은 시장 내에서 유통되는 상품이기도 하지만 역사적, 민족적, 언어적, 사회적 의미를 갖는 문화적 생산물이기도하다. 그로 인해 사유재적 성격도 가지지만, 공공재적 성격도 가진다. 이런 탓에 영화 정책에 대한 논의는 하나의 방향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양방향을 골고루 사고하면서 토론되고 접근되어야 한다. 정책 역시 이 두 성격을 공히 함께 고려하면서 입안되고 집행되어야 한다.

글의 시작에서 언급한 2006년 한국 영화산업의 문제들은 산업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문제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진흥정책’이 존재한다면 이 문제들을 사전에 예측하고 대응 계획을 세워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거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최소화시켰어야 마땅하다고 할 수 있다. 과연 한국의 영화진흥정책은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했을까? 이에 대한 평가가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나 앞으로 발생할 문제에 대한 대응 방향들을 잡아가는 열쇠가 될 것이다. 이제 한국영화 산업에 대한 진흥 정책이 이 두 성격을 공히 사고하면서 입안되고 추진되었는지 살펴보자.

2006년에 발생한 한국영화계의 이슈 중 스크린쿼터 문제는 단순히 영화진흥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많은 것들 중 일련의 흐름을 예측 가능한 것들은 있었다. 영화산업의 독과점 문제나 이에 의한 양극화 문제, 제작 부문의 다양성 파괴와 멀티플렉스의 등장과 확대, 그리고 배급-상영의 수직계열화로 인해 상영 시장이 양극화되고 다양한 국내외의 영화가 상영되거나 배급될 기회가 축소되는 것 등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은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또한 미디어환경의 변화에 따라 비디오 산업이 축소되는 것 역시 예측 가능한 것이었다. 또 마케팅 비용의 증대로 인한 부풀려진 제작비를 통한 제작비 증가의 악순환과 과잉 투자로 인한 과잉 제작과 이를 통한 수익률 저하, 투자 축소와 산업 전반의 불황 역시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예측 가능하다고 해서 예상된 모든 문제가 발생되기 전 해결 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응 방법이 쉽게 찾아지지 않을 수도 있고, 예측하더라도 정책적 대응이 불가능한 것들도 있다. 하지만 예측 가능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은 없는지,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 대응 방향이 제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대응을 하지 않았거나 대응 시기를 놓친 것은 아닌지는 점검되어야 한다. 만약 그런 것이 있었다면 이후에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말이다.

영화는 산업화될수록 안정적 (독)과점 체제를 구축하려고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독)과점 체제는 투자-제작-배급-상영을 일원화하는 수직계열화와 영화-미디어를 가로지르는 수평계열화를 통해 구축된다는 것 역시 이미 알려져 있다. 그리고 (독)과점화된 시장 조건은 산업 양극화를 조장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문화의 다양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상식에 속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현실에 개입해야할까?

영화진흥정책의 기조를 산업의 안정적 기반 구축과 이를 통한 성장으로 잡았다면, 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과점 체제(이를 테면 메이저 투자배급사, 전국화된 멀티플렉스)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제작-배급-상영의 순환구조를 만들어 안정적인 한국영화 산업을 위한 투자 환경을 만드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은 일정하게 인정한다. 그러나 과점적 체제를 산업 성장을 위한 동력으로 받아들였다면, 이를 통해 산업의 성장을 도모하더라도 성장한 이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들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대응 계획들(예를 들면 다양성을 저해하는 흐름에 대한 규제 정책 등)을 함께 수립되어야 마땅하다. 또한 이와 함께 산업 영역에서 책임질 수 없는 영화 문화적 영역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문화적 영역을 진흥시키기 위한 공공적 정책 계획들을 입안하고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과연 한국의 영화진흥정책이 그러했는가? 적절하게 정책들이 수립되고 추진되어왔는가? 수립되고 추진된 정책들은 존재하고 일정한 성과도 있다. 그러나 ‘적기에 그리고 충분하게’ 관련 정책들이 입안되고 추진되었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존재하는 것 또한 현실의 모습이다.

상영환경의 예를 들어보자. 멀티플렉스가 상영 환경의 주가 될 경우 단관 극장들이 살아남기 어렵고, 멀티플렉스가 기업적으로 체인화될 경우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극장들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기업화된 멀티플렉스가 제공하는 영화 선택의 범위가 다른 시장의 조건 하에서보다 넓지 못하게 될 것이며, 스크린의 증가는 반드시 관객을 위한 영화의 보다 많은 선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적은 수의 영화를 볼 수 있는 보다 많은 기회의 장소를 의미하게 될 것도 충분히 해외의 사례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다양한 영화가 상영되기 위해서는 멀티플렉스 이외의 다양한 상영공간들이 필요하며 이러한 상영공간의 다양성을 통해 상영되는 영화의 다양함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사실들을 알고 있었다면 멀티플렉스 내에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과, 멀티플렉스 외에 다양한 상영 공간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정책, 그리고 상업적 영화관 이외의 공공적 영화관의 시범적 운영 등의 정책이 입안되고 추진되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아트플러스 시네마 네트워크’라는 정책이 있었고, ‘예술영화관 지원 정책의 확대’가 연구되었지만 정책의 연착륙에 많은 시간이 걸렸고, 여전히 정책의 추진방향이 논의 중이다.

독립영화의 상영환경은 어떤가? 독립영화 진영은 '독립영화의 상영 활성화‘를 위해 독립영화 전용상영관의 설립을 90년 말 대부터 꾸준히 요구해 왔다. 하지만, 독립영화전용관은 필요한 정책으로 언급되면서도 우선순위에서 밀려 영화진흥위원회 3기가 구성될 때까지 추진되지 못했다. 3기에 와서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은 과거에 비해 여의치 않다. 이미 다양한 영화의 상영을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는 영화관들은 폐관 되었고, 무엇보다 상영시장은 독립영화전용관 1관으로는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영화전용관의 설립과 운영은 당장에 필요할 뿐만 아니라 영화 상영관의 다양화를 위한 정책적 실험으로도 의미가 있기에 추진되고 있다. 만약 독립영화전용관이 거대 멀티플렉스 체인이 상영 시장을 지배하는 시절이 아닌, 하나의 스크린이 상징적 의미를 발휘할 수 있었던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가정에 불과하지만 1개의 영화관이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지고 운영의 경험이 쌓였다면 스크린이 양극화되고 있는 현재의 조건 속에서도 그나마 다양한 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공간으로 역할 할 뿐 아니라 현재 요구되는 다양한 상영관의 설립과 운영의 모델이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는 시기가 늦어버려 독립영화전용관의 스크린 1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오히려 축소된 것은 아닌지 평가해 보아야 한다.

물론 상영 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응 방향의 적절성에 대한 입장의 차이나, 독립영화전용관의 역할론에 대해서는 상이한 관점이 존재할 수 있다. 게다가 가정에 근거한 것이라면 더더욱 다른 입장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 상영 환경의 변화로 나타난 다양성 훼손의 문제는 정책이 적절하게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음을 현실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 문화의 다양성을 위한 정책이 부족했다는 점은 드러나는 부분은 이 뿐만은 아니다. 독립영화 제작과 상영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정책이 98년 이후 꾸준히 진행되었고, (디지털) 장편영화에 대한 지원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공공 자금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영화들이 안정적 상영 기회와 공간의 확보 속에서 관객들에게 보여지고 평가받을 기회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심지어 영화진흥위원회의 마케팅 지원을 받은 작품들조차 상영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정책들이 입안되고 진행되고 있지만 왜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해결되지 못하는 것일까? 이는 필요한 정책이 입안되어 적절한 시기에 충분하게 실행되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독립영화에 대한 영화진흥정책을 하나하나 따져 공과를 평가하기 이전에 이런 질문을 해보자. 지원정책을 통해 영화가 제작되고 상영되고 있는데, 과연 안정적으로 독립장편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구조는 만들어졌는가? 그리고 독립영화가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독립영화의 배급 구조는 안정적으로 만들어져 있는가? 만약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부정적이라면, 문화 다양성을 위한 정책이 빠뜨린 부분이 무엇인지, 그리고 정책이 지향해야할 부분이 무엇인지가 보다 분명해 질 것이다. 개별적인 작품에 대한 제작과 상영을 위한 지원은 있지만, 독립영화가 안정적으로 제작되고 배급되고 상영될 수 있는 구조는 여전히 만들어지지 못했다.

영화 문화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영화 문화의 다양성을 구성할 영화들이 산업의 영역과 ‘일정한’ 독립성을 가지고 제작(혹은 수입)할 수 있는 시스템과 상영할 수 있는 공간들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제작(수입)된 영화와 창구/관객 사이를 연결시켜줄 수 있는 산업에서 독립된 배급의 역할이 안정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영화 산업의 구조에서 일정하게 독립된 제작-배급-상영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개별적인 제작 노력, 배급 노력, 상영 노력들은 자리를 찾지 못하고 흩어지게 될 것이다. 2006년 현재, 다양한 영화가 활발하게 제작되거나 배급, 상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진흥정책이 개별적인 영화/영화인에게 집중되었을 뿐, 제작, 상영, 배급 구조를 형성하고 구조화하는데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개의 영화 제작에 대한 지원, 배급을 위한 마케팅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구심점과 구조가 만들어지지 못한다면 그 노력들은 매번 단절되어 흩어져 버릴 것이다.

왜 ‘독립적인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는가? 이는 자명하다. 영화의 문화 다양성을 위한 영역은 주류 영화 산업에 기생하는, 혹은 부차적인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문화의 영역이 작동하는 방식은 영화산업의 작동 방식과 유사한 형태를 띨 수는 있겠지만 같지는 않다. 오히려 진흥정책이 문화적 영역이 무한경쟁, 이윤추구 등의 양태만을 띠지 않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비주류영화가 시장에 진입하고자 할 때에는 산업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지탱해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정책 접근은 영화산업 이외의 영화 문화적 영역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 보다 분명한 정책적 입장이 세워진 속에서 구체화될 수 있다. 한국의 영화 문화 안에서 한국영화 제작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넘어, 한국영화 제작 안에서 주류영화의 제작과 독립영화의 제작은 각각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한국영화 문화 안에서 외국의 비주류영화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정책 관점이 보다 명확하게 정리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각각의 영역의 역할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며, 다른 역할에 따른 지원정책의 의미와 방향성이 보다 분명해질 수 있다.

이 간담회 발제가 독립영화의 정책과 제작에 대한 부분이니만큼 제작에 대해서도 언급을 해야겠다. 현재의 독립영화 제작 현실은 영화는 만들어지고 있지만, 지속적인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지원정책은 존재하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독립영화 제작 환경을 만드는 데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독립영화 제작의 미래는 보다 전문적이며 안정적인 제작 구조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지원 정책은 이런 요구를 반영해야할 것이다.

현재 진흥 정책에 대해 몇 가지만 구체적으로 지적하자면, 가장 먼저 제작 지원 정책의 지향과 의미가 구조화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겠다. 앞서 언급했듯 현재의 제작 지원 정책에서 제작 지원 정책의 효과가 한국의 영화 제작 전반에서 어떤 의미이고, 상영 시장에서 어떤 부분을 차지하는지에 대한 의미가 불분명하다. 단순한 독립영화, HD 방송영화, 예술영화 제작지원을 통해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 질 기회를 만든다는 차원을 넘어, 만약 연간 40~50편의 영화를 제작지원한다면 이 영화가 해당 연도의 한국영화 제작 전반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가 정리되어야 한다. 특히 장편영화의 경우라면 기계적으로 지원할 것이 아니라 전체 한국영화 제작산업에 대한 의미, 그리고 비주류 영화가 산업과의 경쟁 속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를 적절하게 판단하면서 지원을 통해 제작될 저예산영화/독립영화의 편수가 구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독립영화 제작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제작지원금 총액의 증액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지원을 통해 제작된 영화들을 통해 독립적인 배급 구조의 틀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배급 구조의 마련을 통해 다음 영화의 제작에 소용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어야 한다. 결국 제작의 문제는 배급의 문제와 직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구조를 위해서 지원 금액이 현실적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 단편영화도 마찬가지겠지만, 현재의 지원구조는 장편영화의 안정적 제작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50% 이하의 제작비 지원 등의 지원 방식은 영화의 배급 상영 기회가 만들어져 있지 못한, 그래서 영화 제작을 통한 수익 구조가 전혀 만들어져 있지 못한 상황에서 제작자들에게 그저 지원금 이외의 제작비 50% 이상을 부채로 남겨줄 뿐이다. 그리고 초저예산의 영화는 방송 등이 요구하는 일정한 질을 담보할 수도 없게 한다. 그렇기에 지원작의 제작비 지원 규모 역시 현실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몇 천만원짜리 영화를 어렵게 만들어서 극장에 상영하는 신기한 제작 형태가 독립영화 제작의 본연의 모습은 아니다.

또 하나 제작 매체를 지정하는 현재의 지원 제도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 독립장편영화제작지원 등 지원제도는 디지털 매체로 제작 매체를 한정하고 있다. 디지털 매체로 제작되는 영화만 지원할 때는 정책의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지원 정책이 그런 구체적인 목표 속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인지, 그 목표가 적절한 것인지는 점검될 필요가 있다. 디지털영화 제작 지원은 변화하는 미디어환경에 대응하는 정책 방향이 될 수도 있겠지만, 굳이 독립영화 지원정책이 이를 위한 테스트 베드가 될 필요는 없고 냉정하게 말하면 산업에서 소용될 자료들을 생산해 내지도 못할 것이다. 지원예산이 적어 디지털 매체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작품의 성격에 따라 제작 매체는 융통성 있게 적용되어야 한다. 게다가 현재 상영조건과 제작 조건을 고려해 볼 때 일방적인 매체의 지정은 배급에 있어 장벽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안정적 제작이 가능하고, 산업화된 시장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작 인프라 구조(독립영화 제작지원 스튜디오)의 필요성이 검토되어야 한다. 적은 예산으로도 안정적으로 질이 보장되는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그리고 배급 시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적 지원을 하고 기획 개발을 지원하며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제작 지원 인프라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제작 산업의 영역에서는 민간 제작 인프라가 확대되면서 공공영역의 역할이 축소되겠지만 비주류 영역의 경우 제작 인프라의 접근이 제한되기 때문에 공공영역은 여전히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하드웨어 인프라에다 비주류영화의 기획 개발을 지원하고 교육할 인프라, 그리고 셀프-프로듀싱으로 제작되는 영화의 프리-프로덕션 컨설팅, 프로덕션과 포스트-프로덕션을 어드바이스해 줄 수 있으며, 프로덕션과 포스트-프로덕션을 실질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인프라가 만들어진다면 독립영화 제작은 보다 전문화되는 방향으로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산업 구조 변동과 향후 전망 간담회
-  다양성 부문 발제문 (정책과 제작지원을 중심으로)

2007.0206. at 영화진흥위원회
Trackback 0 : Comment 0